Hill Farmstead Dorothy, 7%


몇 년째 세계 최고 브루어리 혹은 최고 브루어리 중 하나로 꼽히는 힐팜스테드. 미국 동부 버몬트라는 깡촌에 있고 맥주를 구하려면 브루어리에 직접 가는 수밖에 없는데도 줄이 항상 길게 늘어 서 있는. 나오는 맥주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내며 그야말로 차트 '줄 세우기'하는.


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이들의 맥주를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마셔 볼 날을 손 꼽아 기다렸을 텐데. 나 역시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고. 아주 운 좋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런 기회가 생겼다. 


마셔본 소감은 도로시 밑의 설명 그대로다. 시트러시, 훵키, 후르티, 그래시. 살짝 메탈릭. 비터가 좀 쎈게 거슬린다. 맛있게 먹었고 잘 만든 맥주다. 그런데 세간의 평은 잘 모르겠다. 그런 기대를 하면 실망할 것이다. 월드클래스? 글쎄.


아마 둘 중 하나가 아니지 않을까?

1. 이들의 맥주가 실상보다는 그 희소성 때문에 과대평가된 경우. 원래 (어떤 분야든) 매니아, 덕후들은 희소성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 예컨데, 모던락을 듣는 사람은 매니아일 수록 나만 아는 밴드, 남들은 모르는 밴드를 찾아 듣는다. 더 인디로 들어가고, 동네 칼리지 밴드를 찾아 듣고 그들을 좋아한다. 혹여라도 (재수없게도!) 그들이 뜨면, 혹은 메이저 레이블로 가면 '맛 탱이 갔다'면서 다른 안 알려진 애들을 찾아 듣는다. 맥덕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브루어리들이 자주 월드클래스 맥주를 배출한다. 이거는 뭐 잘 하고 잘못 하고 문제가 아니라 그냥 만국의 덕후들의 특성이기 때문에 그냥 현상으로 받아 들이면 된다. 

2. 나의 내공이 현저히 부족해 월드클래스 맥주를 못 알아보는 경우.


후자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아무렴 어때? 그냥 맥주인데. 기분 좋게 마시고, 즐기고 행복하려고 마시는 건데. 


어쨌든 결론은 이런 귀한 녀석을 마시게 돼서 매우 기분이 좋고,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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