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1. 이번 총선거는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가 의회에 더 많이 반영되고 국민의 지지 여부와 선거 결과가 더 일치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의 취지(이 조차도 형편 없는 원안에서 엄청 후퇴해 악취나는 누더기 쓰레기가 된 상태였다)를 깡그리 무시하는 두 거대정당의 꼼수 속에 치뤄진다. 그걸 위해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목을 멘 정의당은 이 꼼수 때문에 졸지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됐다. 그래서 예상했던 혹은 목표했던 의석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의석을 갖게 될 것이다. 원래 미통당(이름이 무엇이든)과 민주당(역시 이름이 무엇이든)은 염치가 없고 뻔뻔하기 그지 없어서 그들의 온갖 반칙과 권모술수는 차라리 디폴트값이라 하자. 그러면 정의당은 그런 상황에서도 선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난 3년간 문재인 정권 하에서의 정의당은 정반대 모습을 보여줬다(물론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정치적 독립성은 내팽개치고 민주당의 2중대, 정치적 사수대 역할을 하곤 했다. 그래서 정부 정책에 자한당 같은 우익적 반대, 인종주의적 반대, 아니 차라리 똘아이적 반대만 남게 됐다. 진보적 반대, 좌익적 반대 목소리를 정의당은 내지 않았(거나 아니면 속삭이기만 했)다. 3년을 이리 보내고 선거 때 갑자기 표를 달라고 하면 도대체 어느 누가 지지를 할까. 이미 친정부(민주당)와 반정부(자한당)밖에 목소리가 남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버터와 마가린이 있으면 버터를 먹는다. 진품과 짝퉁이 있으면 진품을 선택한다. 결국 정의당이 처한 힘든 상황은 그들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 이후 정의당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이미 의회에 진출함으로써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의 전략은 노회찬의 비극적 죽음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의회에 진출해서 개혁을 달성하겠다는 의회주의의 제일 목표는 의회 진출이다. 당연히 선거와 이러한 류의 정치 활동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돈, 심지어 구린 돈에 대한 유혹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한당이나 민주당처럼 개인의 부와 영달을 위해서 돈을 받진 않겠지만 말이다. 정의당의 의회 도전이 성공하려면 서구 유럽의 노동당/사회당이 그랬듯이 노동조합원을 기반으로하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지지 속에 성장하며 대중적 저항을 발판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시간과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우리가 얼마나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유능한 정당인지,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정책을 갖고 있는지를 설파만 한다면 오히려 대중 정서에 타협해야 한다는 압력에 노출되고 스스로 온건화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정의당은 처음부터 지름길로 가려 했고 그래서 민주당이 야당일 때나 여당일 때 모두 공조하고 공동정부를 구성하려 했다. 그러나 자신들은 체제에 위험하지 않고 유능한걸 보여 주고 심지어 굴욕적이게도 남한 정부에 충성 맹세를 할 수록(동지였던 이석기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것) 그들은 민주당과 더욱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지난 10여 년간의 그런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더욱 영향력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2. 이런 계급 연합 정치의 문제는 정의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꼼수 비례정당을 만들려고 할 때 민중당도 참여 하려 했다. 민중당은 통합진보당이 극심한 국가 탄압으로 쪼개진 경험이 있고 심지어 의원 1명밖에 없는 '체급'도 안 되는 당인데도 어떻게 해서든 민주당과 연합하려 했다. 아직도 한국을 식민지 상태라 보고 친미 매판 자본가를 대변하는 자한당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부르주아 개혁 세력과도 연합해서 공동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80년대 세계관을 유지하니 그런 한심한 입장이 나오는 것이다. 혹심한 국가 탄압과 마녀사냥에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3.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는 원래 녹색당을 지지하려 했다. 녹색주의자들의 부문주의, 개인적 실천 강조, 노동자 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책(가령 전기료 인상 같은) 등 지지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과 호주 같은 기후 악당국답게 의회 내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가 전무하다. 지금 시급히 대책을 세워서 온실가스 감축을 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여당은 석탄 발전소를 늘리고 있고 제1야당은 원전을 늘리자고 하고 있다. 기후 악당 국가의 걸맞는 의회다. 정의당도 하는 짓이 한심하기 짝이 없고 그래서 녹색당이나 뽑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녹색당이 민주당의 꼼수 비례정당에 참여한다고 당원 투표를 통해서 결정했네? 이게 무슨 멍청한 결정인가.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며 싸워도 힘들 판에 꼼수를 써서 의회에 진출한다고 뭐가 나아질까? 오히려 원칙없는 지름길로 가는 것은 독이 될 수 밖에. 아니나 다를까 녹색당의 꼼수 비례정당 참여 발표가 있고 나서 민주당에서 거부했다. 녹색당 비례 대표 후보가 트렌스젠더라서. 다시 녹색당은 꼼수 비례정당 참여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당원들이 탈당했다. 처음에는 민주당과 연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 다음에는 당원투표로 결정한 것을 취소했다면서 그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칙 없는 정치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 이 씁쓸한 에피소드가 보여 준다. 한 때나마 그들을 뽑으려 하고 심지어 너무 이질적인 입장에도 입당까지 생각했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4. 이미 지난 총선 때도 지난 대선 때도 정의당 후보에 주는 마지막 표라 생각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감정이 이런 것일까. 민중당이나 녹색당이나 도찐개찐 상황에서는 그동안의 행태가 너무 꼴 보기 싫고 한심해도 그냥 다시 정의당에 표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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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갔다. 


내년에도 매일 사랑하고, 매일 맛있는 것 먹고, 매일 운동하고, 매일 감사하고, 주 3일 맛있는 술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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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도에 예맨인들이 들어온 이후 한국은 그야말로 혐오와 증오의 무법천지가 됐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한 한국인이 이집트 출신 이주자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면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은 혐오가 공기처럼 얼마나 우리 주위에 넓게 퍼져있고, 이 사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얼마나 쌍스러운지 보여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혐오를 내뱉는 사람들의 근거는 죄다 가짜 뉴스에 기반한다. 우익과 언론은 이런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사람들은 이에 동조하며 공포를 조장한다. 일부에서 가짜 뉴스, 통계 조작이라 알려줘도 듣지를 않는다. 무슨 얘기를 해도 이미 무슬림들은, 난민들은 강간범이고 살인마이고 우리 일자리를 뺏는 파렴치한이다. 


만약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져 미국인 400명이 제주도에 들어왔다면 어떠했을까? 우리는 두 손 벌려 환영하지 않았을까? 언론들은 형제의 나라니 피로 맺은 혈맹이니 어쩌고 하면서 미국인을 도와야 한다고 선동하고, 우익 교회들은 신도들을 모아 부채춤이라도 추면서 환영했을 것이다. 각 학교마다 원어민 교사 일자리를 만들고, 다큐 프로는 그들이 얼마나 곤경에 처했는지, 예능 프로는 두유노김치? 뭐 이러면서 방송했을 것이다. 전 국민적인 모금 운동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한국에 40년 가까이 산 경험으로 미루어본 바 이를 확신할 수 있다. 


그럼 예맨인은 왜 범죄자 취급하면서 내쫓으려 할까? 백인 만큼 키가 크지 않아서? 미국인만큼 영어 발음이 좋은게 아니여서? 아니면 피부색이 하얗지 않아서? 무슨 핑계를 대든 결국 지금 예맨인들을 향한 사람들의 저주는 결국 인종주의와 무슬림 혐오주의에 기반을 하고 있다. 일본의 재특회가 재일 한국인들을 내쫓으라 하면서 인종주의적 막말을 쏟아붓고, 미국의 KKK가 흑인에 린치를 가하는 것과 똑같이 우리는 예맨인들에게 인종주의적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만 봐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인에게 벌어진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서 벌떼같이 달려들어 분노하는 사람들이 예맨인들에 대해선 똑같이 인종차별로 대하고 있다.


예맨은 우리와 매우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여서 우리처럼 반제국주의 투쟁을 벌였고, 분단의 아픔도 겪었고, 또 독재에 신음하면서도 투쟁을 벌인 역사가 있다. 이것이야 말로 형제의 나라 아닌가. 내전으로 온 국토가 지옥으로 변한 마당에, 살겠다고 지옥불을 탈출해 온 사람들에게 다시 지옥불로 돌아가라니 이런 잔인하고 냉혹한 일이 어디있나. 


사실 한국은 그동안 일제 시대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5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배출(?)했다. 당시 많은 나라들의 도움으로 난민들은 정착하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 위기가 고조됐는데, 만약 전쟁이 벌어졌으면 지금 또 수 십만의 난민이 발생했을 것이다. 또 한국이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 여론조사를 해보면 2~30대 90%가 기회가 되면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한다. 이 또한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난민일진데, 자기들은 선진국으로 가서 살고 싶으면서 전쟁의 참화를 피해 온 사람들을 내쫓자는게 말이 되나. 


게다가 한국은 유엔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난민 지원 혜택을 받은 나라다. 당시 식민지와 전쟁으로 찢어지게 가난할 때 국제 사회가 도움을 줘서 목숨을 부지했는데, 이제 좀 먹고 살만하니까 나몰라라 한다? 이런 천하의 배은망덕하고 싸가지 없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경우가 어디있냐? 이런 내용을 알려주면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천하의 개쌍놈들이라 하지 않을까.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혐오와 증오와 배제와 저주를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사랑과 연대와 우정과 박애를 가르칠 것인가. 인종주의자는 인종주의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종주의자는 여성차별주의자, 동성애차별주의자, 지역차별주의자, 장애인차별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지 우리 손에 달려있다.


다음은 150여 년전 조선에 들어와 선교 활동을 펼치던 프랑스 신부 다블뤼가 쓴 글이다.


"이 나라에서는 자선 행위를 진정으로 존숭하고 실천한다. 사랑방에서 받는 대접 이외에도 적어도 식사 때 먹을 것을 달라면 거절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그를 위해 밥을 다시 하기도 한다. 들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식사하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즐거이 자기 밥을 나누어준다. 뱃사공들은 밥을 먹지 않고 배 타러 나온 사람과 나누어 먹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잔치가 벌어지면 언제나 이웃 사람들을 초대해서 형제처럼 모든 것을 나눈다. 여비가 없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엽전 몇 닢의 도움을 받는다. 없는 사람과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조선인이 가진 덕성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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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거리에서 밤 새가며 이명박 퇴진을 외쳤던 기억이 난다. 당시 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나왔음에도 운동을 지도했던 NGO들의 소심함과 결정적인 힘을 갖고 있는 노동조합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결국 당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흐지부지 끝났다. 물론 당시 거대한 투쟁의 자양분이 남아 2017년 촛불에선 기어코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구속시킬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대통령 당선은커녕 진작에 구속됐어야 마땅했다. 그를 뽑았던 뽑지 않았던 그에게 끊임없이 부패의 악취가 난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알았다. 그래도 대기업 회장 출신인 그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신기루를 믿으며 그는 당선됐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는 그랬다. 새해 덕담은 "건강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닌 "부자 되세요~"가 차지했다. 또 서점가에서 유행하던 책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였다. 정유라의 '돈도 실력이야, 돈 없는 부모를 원망하라'는 일갈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부모면 똑같은 부모고 항상 감사함을 느끼는 부모일진데, 어느덧 우리는 가난한 부모는 원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돈이 정언명령이 된 세상이라니. 오호애재라!


하여튼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흠결이 있어도 돈이면 다 된다는 천하디 천한 물신주의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그래서 이명박은 정동영을 더블 스코어로 압도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기에 1등 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이명박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노무현이었다. 비정규직 양산, 불평등 심화, 국민연금 개악, 부동산 투기 조장, 경쟁 교육 심화.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9년에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노무현 때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말기에 정권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비리의 화신이 대통령이 됐다. 


이명박 5년 동안 악행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다. 다만 하나는 꼭 얘기하고 싶다. 천안함 문제다. 도올의 말마따나 나는 북한군이 천안함을 폭침했다는 정부 발표를 0.0001%도 믿을 수 없다. 그냥 상식선에서도 의문투성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고소 고발하며 재갈을 물리고, 정부 발표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종북으로 몰아 마녀사냥을 했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것이 금기가 되었고, 몇 달 전 있었던 김영철 방남 해프닝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명박과 자유한국당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수도 없이 종북몰이를 했지만 천안함 사건은 과학적 사실조차 죄다 부정한 케이스다.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전형이고 과학을 형해화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천안함 침몰 원인을 재조사해 진실을 밝혀서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년도 전에 이미 구속됐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구속돼서 다행이다. 그동안 고통받았던 피해자들과 온 국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 앞에 참회하며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 늦었지만 오늘 축하주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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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킹크랩을 넣어봤다. 내년엔 다시 빼야겠다. 많이 마셨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 내 삶에서 가장 무거웠던 한 해.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내년 말에도 모두 건강하게, 행복하게, 웃으면서 다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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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로는 수십 년 동안 일어날만한 큰 사건들이 한 해에 벌어질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이 그런 해가 아니였나 싶다. 연초부터 아내가 아파서 1년 내내 투병하느라 고생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게 인생사라 하지만 막상 이런 일을 겪으니 눈 앞이 깜깜해지고 얼마나 인간이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느낀다. 애가 자라는 것을 보며 행복하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2017년은 너무 힘든 한 해였다.


2. 끝없이 쏟아지는 인파가 내는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 100년 전 러시아혁명이 그랬을까. 적어도 지난해 말과 올 초 한국은 그랬다. 그래서 박근혜가 쫓겨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과연 사람들의 기대만큼 적폐청산과 개혁이 이뤄졌을까? 사드는 눈치보다 북한 핑계로 배치하고(예의 북의 미사일로부터 방어한다는 거짓말을 하며), 공사 중단을 약속했던 신고리5,6호기는 국민 여론 뒤로 숨어 다시 공사 재개하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각종 조치들을 도입하고. 부패한 지배자는 쫓겨났지만 그를 쫓아낸 민중이 바라는 개혁은 아직 한참 요원한 상황이다.


3.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실적으로 전쟁이 벌어질 것 같진 않지만 확실한 건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고, 1994년 미국이 북한 영변을 폭격하기 30분 전에 취소한 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게다가 누가봐도 예측불가능하고 돌발적인 트럼프의 캐릭터도 그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난 트럼프 혼자 독단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지배계급의 핵심 부위에서는 어쨌든 다수가 지지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아무리 미치광이라 해도 쉽사리 전쟁을 감행할 수 없다. 다만 그의 예측불가능한 언동이 북한에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은 크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 쌍욕을 시작하다보면 어느 누가 먼저라할 것 없이 주먹이 나갈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작은 움직임이 큰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주유소 근처에서 담배 꽁초를 버리는 것이 의도와 관계없이 불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유증기가 높은 상황에서는 라이타를 켜면 안 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 지금 호전적으로 전쟁을 얘기하는 인간들, 특히 자기와 자기 자식들은 군대도 안 간 자유한국당 새끼들. 이런 새끼들이야 말로 전쟁 나면 제일 먼저 짐 싸서 한국을 뜰 놈들이다. 전쟁나면 북한이고 남한이고 모두 지는 것이고 모두 죽는 것이다. 


4. 올해는 자전거를 거의 못 탔다. 작년의 반의 반 정도.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타야겠다. 그런데 이 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5. 올해 역시 맥주가 많이 들어왔다. 징하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올해는 퇴직금 사태가 가장 큰 이슈였다. 퇴직금과 채용 취소, 뒤를 이은 카먼센스 충만한 고소. 돈 내음을 맡고 꼬인 똥파리들이 엥엥 거리니 똥내가 진동한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들은 각종 얘기들. 씁쓸한 일들도 짠한 일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 모두 즐길려고 맥주를 마시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경쟁하듯이, 때로는 안면몰수하면서 그러는지. 처음 바이헨슈테판 헤페바이스를 마셨을 때의 짜릿함과 런던프라이드를 마셨을 때 놀라움, 인디카가 수입됐을 때의 그 기쁨. 어느새 맥덕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 심플하고 행복한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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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박근혜를 끌어 내리다  (0) 2017.03.10



1.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쉽사리 승리할 것이다. 문제는 유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대중시위로 치뤄지는 이번 선거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난 겨울 엄동설한에 촛불 들고 나온 사람들이 단순히 박근혜 일당의 국정농단에만 분노해서 뛰쳐 나온게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을 비롯한 이 온갖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쌓였던 분노때문에 뛰쳐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로 치뤄지는 선거 수준이 이 모양 이 꼴이다. 직전 집권당 후보의 돼지 발정제 논란은 원체 그 당 수준이 그러니 넘어가자. 그 돼지우리 같은 당을 뛰쳐 나와 합리적이라고 하는 유승민은 아직도 주적 타령이고 호전적이기 짝이 없는 주장을 입만 열면 한다. 이 땅의 대다수 사람의 삶을 힘들게 하는 주적은 북한보다도 남한 정부이다. 안철수야 대통령되고 싶어서 줏대도 없고 근본도 없으니 별로 말할 가치도 없다. 문제는 문재인이다. 도대체 얼마나 자기 확신에 차있어야지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방송에서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권 변호사를 했다는 (아니 '인권' 변호사가 아니라 '그냥' 변호사도 보편적인 인권의 가치 수호를 그 직업적 사명으로 갖는다) 사람이 얼마나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지 인권을 내팽개치고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아니 도대체 지 까짓 게 뭔데 동성애에 대해 찬성한다 반대한다 말하고 지랄이냐고. 아니 도대체 내가 누굴 좋아하고 사랑하는 문제에 대해 왜 왈가왈부하냐고. 이게 도대체 찬반으로 얘기할 수 있는 문제냐고. 외국같았으면 나찌나 상똘아이가 아니면 공개적으로 이렇게 얘기 못 했을 것이다. 이런 후보가 '민주'당에 있고 개혁을 부르짖는 당의 대선 후보고 당선 유력한 후보라는 게 참담하다. 진짜 쌍스런 이 나라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하나의 에피소드다. 흑인이 깜둥이라 불리는 사회에서 백인은 행복할 수 없다. 여성이 성 차별을 당하고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사회에서는 남성도 불행하다. 마찬가지로 동성애자가 죄악시되고 부정되는 사회에서 이성애자도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없다.  


2. 그렇다고 정의당의 선거운동이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선거를 거듭할 수록 지엽말단적인 거에 목 메다는 듯하다. 예를 들어 2002년에는 주로 얘기했던 것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이었다. 이 얼마나 명확한가. 국가가 교육과 의료를 책임져야 한다는 선명한 주장. 근데 이제는 세부적인 공약들을 나열하면서 자신들의 공약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자신들이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에 대해 어필하려 한다. 아마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에 주눅들어 자신들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지르기만 하는 세력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것 같다. 재원 마련도 마찬가지다. 2000년 초반(2002년 대선, 2004년 총선)에는 부자에게 부유세를 걷겠다고 했다. 이 얼마나 명확한가. 지금처럼 어디서 무슨 세금을 더 늘리고 저기서 뭐를 해서 얼마를 마련하겠다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가면 된다.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서민에게 재분배하는 것. 자신들은 그렇게 과격하지 않고 합리적(?)이라는 걸 강조하려는 건지, 복잡하게 무슨 세금 타령만 맨날하고 있다. 또 촛불 이후에 치뤄지는 대선인데 정의당이 이 정도 지지밖에 얻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 동안 정의당(통합진보당을 주도했던 NL세력도 마찬가지)이 취했던 재앙적인 입장 때문이다. 2012년 총선, 대선과 2010년,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까지 2010년 이후 벌어진 모든 대규모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에 대한 사실상 무비판적인 지지를 했다. 물론 그 덕분에 몇몇 지역구에서는 당선자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진보 정치 원칙에도 어긋날 뿐 더러 대중에게 진보정당은 민주당의 2중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된다. 1997년부터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극복하려고 했던 사표 논리, 사표 심리를 그 후신 정당들이 앞장 서서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조장한 셈이다. 어차피 쟤네는 민주당 지지하고 사퇴할 건데? 왜 찍어. 실제로 2012년 대선 때 분열했던 심상정과 이정희는 모두 문재인을 지지하면서 사퇴했다. 지네들끼리는 분열하고 민주당 지지하는 것으로는 단결한다. (너무 말랑말랑해서 짜증나지만 그래도) 정의당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입장에서 야권연대를 지속하는 한 결단코 정의당은 성장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다. 민주당과 분명히 다른 진보적 대안을 끈질기게 제시하고 투쟁할 때만 진보정당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3. 문재인은 당선이 된 후 노무현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노무현이 워낙 극적으로 숨을 거둬서 지금 엄청 미화되고 마치 노무현 시대는 권위도 없고 소탈한 지도자를 모셨던 태평성대 시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비정규직 차별을 고착화하는 비정규직 악법을 만든게 노무현이다. 이라크에 파병해서 학살 전쟁을 도운 것도 노무현이고, 새만금 사업을 지속하면서 환경 파괴한 것도 노무현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이제 분신으로 투쟁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조롱한 게 노무현이다. 국가보안법 폐지하겠다면서 국가보안법으로 반대파를 때려 잡은 게 노무현이다. 못 살겠다고 시위하는 늙은 농민 2명을 때려 죽인 것도 노무현의 경찰이다. 측근 비리도 하루가 멀다하고 터졌다. 문재인의 5년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문재인은 노무현보다 더 빨리 지지자들을 배신할 가능성이 많다. 이미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사실상 용인하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하는데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도 않은 마당에 이건 사실상 찬성하겠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을 속이는 말장난이다. 심지어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때조차 당시 얘기했던 4대 개혁 입법에 실패했다. 과반이 안 될 때는 국민들이 우리를 안 밀어줘서 못 했다고 국민 핑계 대고, 과반 이상일 때는 수구 세력이 반대해서 못 했다고 핑계대고 안 하고. 아니 도대체 뭐하는 놈들인가? 민주당은 애시당초 개혁 의지가 없다. 노무현이 추진했던 국가보안법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것은 이미 문재인이 안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노무현이 눈치 보며 좌회적 깜빡이 키고 우회전했다면 문재인은 우회전 깜빡이 키고 우회전할 것이다. 더군다나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깊은 침체에 있어서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을 충족시킬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에 할 말 하는 대통령"(노무현이 당선 전에 한 말이다)이 돼야 하고, 가진 자들의 막대한 부를 재분배해야 하는데 문재인이 전통적으로 뼈속까지 친미인 이 땅의 지배계급의 거센 반발을 물리치고 개혁을 밀어 부칠 것 같진 않다. 그럴 사람이었으면 이미 당선 전부터 말 바꾸기를 했을까?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곧 문재인에 대해 실망, 절망, 환멸을 느낄 것이고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그때 다시 거리로 나와 거대한 규모의 시위를 통해 민주당 정부에 개혁을 강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 삶은 박근혜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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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박근혜가 구속됐다! 이렇게 기쁠 수가! 어깨 춤이 절로 난다. 진작에 구속돼서 죄값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구속된게 다행이다. 그동안 강자에겐 너그럽고 약자에게 엄했던 사법부 조차도 구속시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박근혜의 죄질은 극히 나쁘다. 나는 사형제를 반대하니 차마 그렇게 하라 할 순 없고 사면 없는 무기징역으로 그동안의 죄값을 치루길 바란다.


아울러 그동안 박근혜와 그 애비와 그 일당들이 입만 열면 '종북 빨갱이' 타령으로 고문하고 죽이고 간첩으로 조작하고 탄압하고 괴롭히고 멸시했던 민중들의 피나는 투쟁 덕분에 구치소와 교도소에 난방이라도 조금 들어오고, 하루 30분 운동 시간도 보장되는 것에 매일 감사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역설적이지만 그 분들도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권은 당신같은 악질적인 범죄자한테도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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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2012년 12월 19일

난 그날 무엇을 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심지어 그때 내 감정의 기복까지 세세히. 사실 그 전날부터 밤잠을 못 이뤘다. 문재인을 단 한 순간도 지지한 적 없고 실제로 문재인에 표를 주지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강경 우익 정부가 5년 연장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도 설마설마하며 박근혜의 패배를 확신했다. 당일 날 일을 했다. 바쁘진 않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6시 투표 시간이 끝나자마자 나온 출구 조사를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도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설마설마했다. 술을 마시며 개표를 봤다. 표차는 점점 역전하기 힘들 때까지 벌어졌다.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았다. 그날 밤은 아마도 내가 태어나서 욕지거리를 가장 많이 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늦게까지 욕을 하니 머리가 띵했다.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아침에 배달된 신문 1면을 보고서야 실감했고, 앞으로의 5년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멘탈이 붕괴된 상태에서 회복하는 데는 그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2014년 4월 16일

난 그날 무엇을 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침부터 점심, 오후, 저녁, 밤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뉴스에 따라 요동치는 감정까지 생생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슴이 아려서 뉴스를 끝까지 못 보고, 밥 먹다 말고 먹먹해지고, 길을 걷다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니 도대체 그날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박근혜가 그날 미용 시술을 받았는지, 누구와 모처에서 밀회를 즐겼는지, 그냥 낮잠을 처잤는지 끝까지 못 밝혀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사실 만으로도 하나 확실한 건 박근혜가 애들이 죽어가는지, 구조가 제대로 되는지에 대해서 아아아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난 박근혜가 뭐 특별한 것을 했다고 생각치 않는다. 그냥 안방에서 뒹굴 거리며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그러다가 밑에서 닦달하니까 뒤늦게 주섬주섬 챙겨서 중대본에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온 국민은 박근혜와 이 사회 권력자들의 쌩얼을 봤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있는 악마의 모습이었다. 경찰을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의 시위를 막고, 국정원을 동원해 종북몰이를 하고, 일베와 어버이들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보수 언론을 동원해 유가족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동원해 세월호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행정부 각 기관을 동원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 그들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 새끼들이었다. 그 위에서 이 모든 것을 조직하고 지원하고 동원한 게 박근혜다.


2017년 3월 10일

난 오늘 무엇을 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전날 부터 왠지 모를 초조, 불안 증세가 몰려왔다. 오전에 일어났을 때 극에 달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헌재 선고 생중계를 봤다. 불과 몇 해 전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하며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억압했던 반동의 보루, 헌법의 파괴자인 헌법재판소의 손에 민주주의를 다시 맡겨야 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반동의 보루마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박근혜의 죄는 명명백백했고, 사실 범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박근혜가 쫓겨났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우리 민중의 힘만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오늘은 맛있는 술을 마시며 찐하게 즐길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럴 자격이 있다. 특히 오늘의 결정이 지난 1천일 넘는 시간 동안 고통 받았을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을 억만 분의 일이라도 달래줬기를 바란다. 삶의 어느 날이 안 그러겠냐만 오늘은 특히 먼저 간 자식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박근혜를 비롯한 책임자들이 그 죄값을 받을 때 우리는 짐승의 시대에서 사람의 시대로 전환하는 첫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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