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결국 법외 노조의 길을 선택했다. 동료를 내치라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차라리 법외 노조가 되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실리주의와 패배주의가 팽배한 노동조합 운동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의 원칙있는, 그러나 쉽지 않은 결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것도 지도부가 아닌 평교사 조합원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감동이다(오히려 지도부는 멈칫거렸을 수도 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나이 들면 점점 몸뚱이가 무거워지고 보수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1,000명 넘게 해직된 그 힘든 불법 10년 세월을 견디고 합법화된 이후에도 어느 노동조합보다 많고 거센 탄압을 상시적으로 받았던 전교조다(아마 현대자동차노조를 제외하곤 단연 압도적으로 탄압과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법외 노조로 돌아가라고라? 말이 쉽지 이건 정말 대단한 결정이다.


진짜 우린 후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은 정말 슬퍼해야 한다. 입으로는 맨날 글로벌 글로벌 외치고 경제 규모가 얼마니 자랑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교사노조가 해직자들이 있다고 법외 노조가 되는 나라가 이 세상 천지에 도대체 어디있냐. 정말 부끄럽고 슬프도록 후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그 후짐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는 게 원칙있게 힘든 고난의 길을 선택한 전교조 평교사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불의에 조금만 타협하면 몸은 편해질텐데. 더군다나 조합원의 상당수는 불법 시절을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일 텐데.


어쨌든 아침 신문을 보고 한 자 끄적여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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