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 간 붉은 피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통함과 처참함에 몹시 괴로웠을 것이다. 자식 잃은 고통을 어찌 억만 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랴. 사고와 상관없는 사람이 느끼는 슬픔이 이 정도일진데.


이미 수많은 보도로 다 알려졌지만,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코리아'의 쌩얼인 것이다. 선장은 혼자 탈출하고, 바보처럼 시키는 데로 따랐던 애들은 점점 물이 차오르는 공포를 느끼며 숨졌다. 정부와 언론은 소득 2만 불, 3만 불에 희희낙락거리고 글로벌 어쩌구 저쩌구 건방을 떨지만, 생때 같은 목숨이 바다에 빠지는 데도 속수무책이었다. 


언론과 대통령은 선장이 죽일 놈이고 살인자라 난리를 피우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선장과 선원을 일벌백계하면 이런 일이 안 벌어질까? 그를 공개 총살한다든지, 참수 시킨다든지, 아니면 종로 네거리에서 능지처참을 하면 다신 이런 일이 안 벌어질까? 


절대 아니다. 지금 저리 떠드는 건 다 책임을 한 개인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다. 이미 부정과 비리, 부패로 세월호는 언제가 됐든 그 누가 선장이었든 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1년짜리 계약직 선장에게 무슨 어마어마한 책임감과 공명심을 기대한단 말인가?


돈이라면 다 되는 사회. 돈이 최고의 가치인 사회에서는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고 더 한 일도 생길 것이다. 승객의 목숨보다도 짐을 더 실어 돈을 버는 게 중요한 나라에서 우리가 사는 이상 이런 사고를 감수해야 한다. 혼자 탈출한 선장이 병원에서 의연히 젖은 지폐를 말린 것은 이 사회의 병리적 상태를 극단적으로 체득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비극의 책임을 선장 개인(비록 그가 아무리 무책임하고 병신 같고 개 같은 짓을 해서 용서할 수 없다하더라도)에게만 돌리는 것은 죄다 속임수다. 


나는 의식을 깨쳤다고 생각한 이후 무신론자로 살았다. 그러나 만약에, 만약에 저 위에 혹시 신이 있다면,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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