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1. 우리 모두는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 봤던 광경은 혁명 전야 같았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행렬을 보며 얼마나 사람들이 분노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아무런 환상도 없는 내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형편없고 누더기 수준의 이 나라 민주주의를 보면서도 비참하고 부끄럽고 통탄스러운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나.
2. 언론에서는 87년하고 비교를 많이 하는데 나는 오히려 1960년하고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한국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젊은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또 양심이란 것을 지키는 사람은 전부 소외되거나 배척되고,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만이 출세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머지 않아 한국 사회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 박근혜를 비롯해 최순실, 우병우, 이정현, 검찰 등이 하는 짓을 보면 56년 전 상황하고 똑같다고 느낀다.
3.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을 내쫓았던 것처럼, 부마항쟁과 끈질긴 저항때문에 지배자들끼리 충돌하다 박정희를 쏴죽인 것처럼,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했던 것처럼, 박근혜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꼼수를 쓰면서 시간을 벌려 할 것이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지쳐서 나가 떨어지고 낙담하고 '역시 안 돼'하는 자괴감이 들기를 바랄 것이다. 한국 경제가 거의 마비 지경에 다다를 정도로 노동자들이 거대한 대중파업을 벌이던가, 공권력으로 치안 유지가 안 될 정도의 소요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박근혜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민주노총의 파업이 매우 중요한 실정인데, 소심한 지도부는 여전히 뜸을 드리는 것 같다. 이번에도 파업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그냥 문 닫는게 나을 것 같다.
4. 항상 시위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폭력 여부인데, 좀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세상에 일부러 폭력을 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싸이코패스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주로 시위를 폭력이라 비난하는 사람들을 한 번 보자. 박근혜 일당과 검찰, 경찰, 조중동 아닌가. 법과 원칙을 그리도 좋아하면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부정 부패를 일삼고 도둑질하질 않나. 이런 사람들이 시위를 폭력적이라 비난하는 건 구역질 나는 위선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위선자들말고도 '순수한' 의도로 시위의 폭력성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어찌나 언론에서 불법시위, 폭력시위를 떠들어 댔는지 어떤 사람들은 거의 강박수준 같다. 허나 지금까지 역사 발전을 이끌었던 주요 변곡점들은 모두 폭력을 포함한 저항이 있었다. 이는 너무 간단한 이유 때문인데, 기존의 권력자들은 군대든 경찰이든 '합법'적인 폭력 수단을 갖고 있고 저항을 '합법'적으로 탄압하면서 순순히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역으로 그들에게 변화를 강제하려면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무력행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착하고 순진한지 하도 혹시라도 언론에서 폭력시위라 매도할까봐 1백만이 시위해도 아무런 사고가 안 난다. 다른 나라였다면 - 특히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었다면 - 아주 광화문 광장이 불바다가 됐을 것이다.
5. 역사는 인류가 만들어 나간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는 박근혜를 끌어 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 한다면 후대가 두고두고 원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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