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이명박 때는 천천히 뒤로 감았다면, 박근혜 때는 더 빨리 감는 느낌이다. 민주노총 사무실이 처음으로 침탈을 당했다. 이것은 정부가 전면전을 하겠다는 선포고 민주노총은 당연히 파업 선언으로 화답했다. 문제는 예전에 늘상 그러했듯 이번에도 '뻥 파업'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칼을 목에 데고 협박하는데, 뻥카만 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한 마디로 자존심도 없는 쪽 팔리는 짓이다.
애초 정당성이 결여된 정부가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은 강경 탄압밖에 없다. 이승만이 그랬듯, 박정희가 그랬듯, 전두환이 그랬듯. 아마 2013년 언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뭐니뭐니해도 '종북'일 게다. 갑자기 '종북주의자'들이 늘어 나서가 아니다. 갑자기 북한의 위협이 현저히 증대되서가 아니다. 정부가 종북몰이를 통해 반대 목소리를 틀어 막고 사람들을 위축시키려 하기 때문에 신문 펴면, 티비만 켜면 종북종북 거리는 것이다. 이제는 신부님도 목사님도 스님도 다 종북인 세상이 돼 버렸다.
철도 파업에 대한 사상 초유의 강경대응도 연장선에 있다. 물론 정부는 합법 파업이든, 불법 파업이든 무조건 탄압한다. 특히 철도같이 물류 수송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공공 영역의 파업에 대해선 더 그렇다. 그렇다면 애당초 지금의 방식, 즉 필수업무유지를 지키면서 하는 합법 파업의 방식을 택할 게 아니라 전면적인 파업을 택했어야 했다. 봐라. 어차피 정부는 합법 파업을 해도 불법이라고 지랄하며 때려 잡지 않나.
철도 파업이 길어져도 큰 파괴력을 갖지 못 하는 게 지킬 건 다 지키면서 파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전면 파업 기억을 떠올려 보면 2~3일이면 난리가 난다. 파업이 힘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회를 마비 시켜야 한다. 코딱지만한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힘을 가지려면 학교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건물 화장실에서 오물이 쌓여 냄새가 진동해야 한다. 이것이 마비이고 파업의 힘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존재감 없는 유령이었던 노동자들이 실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마법 같은 힘이다.
철도가 승리하려면 당장 전면 파업으로 돌입해야 한다. 물류를 마비 시키고, 수송을 마비 시키고, 한국 사회를 마비 시켜야 한다. 정부는 어차피 불법 파업이라 난리 칠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불법 파업'으로 응수해줘야 하지 않겠나. 원래 승리하면 합법이고, 지면 불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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