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에 비해 맥주를 적게 마셨다. 그 이상으로 와인을 마셨으니 섭취한 알콜 총 그람 수는 더 늘었을 것이다. 올해 역시나 맛있는 술과 음식을 즐기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렇듯 2022년은 쉽지 않은 해였다.
미증유의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지게 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전후 최초로 파시스트(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나치)가 총리에 올랐고 일본 재무장의 선봉 아베가 피살됐다. 미중 갈등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세계적인 화약고가 됐고 중국의 대만 침공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인 긴장도가 사상 최대로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2023년은 위기의 끝이 아니라 위기의 초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생전 처음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위선과 배신의 5년이 가니 금수의 시대가 도래했다. 수도 한 가운데서 떼죽음을 당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인면수심의 패륜 정부다. 정부가 이 모양이니 소시오패스들이 놀면서 죽었다고 조롱하며 날뛴다. 그렇다면 언제 일하다 죽으면 영웅 취급을 해줬나. 매년 1000명이 산재로 죽고 500명이 과로사하는 나라에서 이것도 부족하다고 1주일에 69시간 일하라 한다. 오호통재라, 오호애재라.
기후 위기 때문에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문명이 몇 세대 안에 붕괴될 위험에 있다. 그러나 책임있는 선진국들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윤석열은 한술 더 떠 원전을 늘리겠다고 한다. 이미 발생한 방사능 폐기물을 못해도 10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터인데 그 사이에 빙하기는 최소 3번은 올 것이다. 그런데 원전을 더 늘리자고? 도대체 무슨 낯으로 후세대를 볼 것인가. 참으로 역사 의식의 부재와 양심의 부재와 철학의 부재가 아닐 수 없다.
일모도원.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이 너무 많이 남았다. 이러니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으리오.
5년만에 나온 커피 스타웃. 예전 작은 병 때 추억때문인지 충분히 맛있지만 좀 더 컴플렉스하고 충만하고 피니쉬 긴 것을 기대했다. 사실 나 같은 버번카운티의 오래된 팬들은 아마 올해 라인업 가운데서 가장 기대한 녀석이거나 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아쉽게 그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러나 맛있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그렇다고 할 것이다. 다만 너무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어느새 늙어 다리에 근육도 빠지고 주름도 생기고 야윈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확실히 이것보다는 더 보여줬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