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2013


사실 봉준호의 전작들과는 많이 다르다. 예의 그 빈틈없는 꼼꼼함도 많이 헐거워진 느낌이고, 봉준호식 상업성이 아닌 헐리우드식 상업성이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현실을 매우 잘 다루고 있다. 이 얘기는 아주 노골적으로 계급적인 영화라는 것이다(봉준호 감독이 이를 부정하든 아니든). 


기차에는 호사스런 삶을 누리는 소수와 차별과 억압, 멸시를 받는 다수로 나뉘어져 있다. 다수는 그 소수의 시중을 들며 그들을 위해 일한다. 소수는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무장대를 만들어 다수를 감시하고 억압한다. 어린 아이들은 이 기차가 절대 진리라고 배운다. 기차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나가려고 시도하면 죽는다고 배운다. 


기차를 체제로 치환하면 얼마나 우리네 모습과 똑같은지 알 것이다. 


날이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고, 부정부패와 불의가 판치는, 희망이 사라진 이 시대는 가진 것 없은 이들의 반란을 다룬 이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리게끔 해준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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