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점규, 2011



2010년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있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투쟁을 다룬 책이다. 저자인 박점규는 금속노조 활동가로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을 하며 이 기록을 남겼다. 


사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은 훨씬 이전인 10여년 전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2010년 당시 현대차 불법 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보수적인 법원에서의 마저 이런 판결은 투쟁의 불을 당기는 역할을 했다. 


인생이 그러하듯, 그리고 때로는 역사적 사건이 그러하듯 점거 투쟁도 우연한 기회에 촉발됐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렇게 점거는 시작됐고, 이는 한국 노동운동사에 분명히 기록될 큰 사건이 됐다. 


이 책은 세세하게 당시 일을 기록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숨소리, 뒤척이는 움직임까지 느껴진다. 그들과 동거동락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생한 리포트에 비해 분석은 다소 취약하다.


나는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는지 기억한다. 정부, 회사, 언론 등은 전방위적 공격을 해댔다. 사실 이는 어느 파업이나 투쟁에도 있는 일종의 상수이다. 이보다는 오히려 우군이라 믿었던, '형님'이라 믿었던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배신 그리고 더 나아가서 파업 파괴 행위가 더 괴로웠을 것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에 쩔쩔 매며 파업 종료를 종용하기만 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힘을 줄 수 있는 연대 파업은 불발됐고, 가진게 맨 주먹밖에 없던 이들은 결국 점거를 풀어야 했다. 굳이 승패를 따져야 한다면, 이 투쟁은 패배다. 그러나 영웅적인 패배였고, 그렇기 때문에 훗날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25일의 격렬한 투쟁은 끝났지만,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된 게 없다. 지금도 2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철탑에서 18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역사 발전은 때로는 더디다. 그리고 거기에는 공짜란 없다. 애누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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