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젝트, 감독 백승우, 2013


과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그것이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말이다. 특히 우리네가 사는 세상은 진공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온갖 잡다한 요소들이 과학적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자본 등등.


아, 한국처럼 상당히 독특하고 특별히 후진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는 인맥 같은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요소도. 


나는 이런 것들이 한국 과학 발전, 학문 발전,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발전에 굉장히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예는 정말 너무 많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업계'만해도 한국 과학계에 가장 큰 스캔들이었던 황우석 사태, 내가 수업들었던 모교 교수가 총대 메고 정부의 나팔수를 자처했던 광우병 사태가 있다. 이렇게 유명한 일 외에도 대학(원) 사회에서 벌어지는 부정과 비리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일에 앞장 서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수질 개선을 외치며 4대강 사업을 벌인 것을 들 수 있다. 결과는 어찌 됐는가. 4대강 곳곳이 녹차라떼로 변해 죽은 강이 됐다. 


'4대강 살리기'의 결과. 4대강을 이렇게 죽이고 살리겠다는 건가?


천안함 사태도 마찬 가지다. 온갖 관변 학자들을 동원해 혹세무민을 저지른다. 정부 발표에 대한 합리적 의심, 건전한 비판은 모두 '종북 빨갱이'의 근거가 된다. 


이석기 사건 이후 어찌나 '종북몰이'가 심한지 이제는 기명 칼럼을 쓰는 왠만한 사람은 모두 서두를 "나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이라 시작한다. 광기 어린 사상 검증 몰이에 자신은 온건한 사람임을 고백하지 않으면 글도 못 쓰는 야만적인 사회가 돼버렸다. 


정부 발표에 반하는 내용을 말하면 '빨갱이'가 되는 사회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그 존재만으로도 침묵을 강요받는 많은 사람에게 속 시원한 것이다.


북한군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너무 허술해 굳이 하나하나 반박할 가치도 없다. 그냥 유튜브에 가서 어뢰 폭발 관련된 셀 수도 없이 많은 동영상 가운데 하나만 보면 된다. 그 영상만으로도 천안함 침몰 이유 가운데 어뢰 폭발은 rule out시킬 수 있다.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다. 이것을 통제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퇴행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지금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믿으라 한다. 침묵하라 한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믿게 된다. 

-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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