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거리에서 밤 새가며 이명박 퇴진을 외쳤던 기억이 난다. 당시 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나왔음에도 운동을 지도했던 NGO들의 소심함과 결정적인 힘을 갖고 있는 노동조합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결국 당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흐지부지 끝났다. 물론 당시 거대한 투쟁의 자양분이 남아 2017년 촛불에선 기어코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구속시킬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대통령 당선은커녕 진작에 구속됐어야 마땅했다. 그를 뽑았던 뽑지 않았던 그에게 끊임없이 부패의 악취가 난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알았다. 그래도 대기업 회장 출신인 그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신기루를 믿으며 그는 당선됐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는 그랬다. 새해 덕담은 "건강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닌 "부자 되세요~"가 차지했다. 또 서점가에서 유행하던 책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였다. 정유라의 '돈도 실력이야, 돈 없는 부모를 원망하라'는 일갈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부모면 똑같은 부모고 항상 감사함을 느끼는 부모일진데, 어느덧 우리는 가난한 부모는 원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돈이 정언명령이 된 세상이라니. 오호애재라!


하여튼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흠결이 있어도 돈이면 다 된다는 천하디 천한 물신주의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그래서 이명박은 정동영을 더블 스코어로 압도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기에 1등 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이명박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노무현이었다. 비정규직 양산, 불평등 심화, 국민연금 개악, 부동산 투기 조장, 경쟁 교육 심화.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9년에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노무현 때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말기에 정권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비리의 화신이 대통령이 됐다. 


이명박 5년 동안 악행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다. 다만 하나는 꼭 얘기하고 싶다. 천안함 문제다. 도올의 말마따나 나는 북한군이 천안함을 폭침했다는 정부 발표를 0.0001%도 믿을 수 없다. 그냥 상식선에서도 의문투성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고소 고발하며 재갈을 물리고, 정부 발표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종북으로 몰아 마녀사냥을 했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것이 금기가 되었고, 몇 달 전 있었던 김영철 방남 해프닝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명박과 자유한국당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수도 없이 종북몰이를 했지만 천안함 사건은 과학적 사실조차 죄다 부정한 케이스다.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전형이고 과학을 형해화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천안함 침몰 원인을 재조사해 진실을 밝혀서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년도 전에 이미 구속됐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구속돼서 다행이다. 그동안 고통받았던 피해자들과 온 국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 앞에 참회하며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 늦었지만 오늘 축하주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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