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때로는 수십 년 동안 일어날만한 큰 사건들이 한 해에 벌어질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이 그런 해가 아니였나 싶다. 연초부터 아내가 아파서 1년 내내 투병하느라 고생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게 인생사라 하지만 막상 이런 일을 겪으니 눈 앞이 깜깜해지고 얼마나 인간이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느낀다. 애가 자라는 것을 보며 행복하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2017년은 너무 힘든 한 해였다.
2. 끝없이 쏟아지는 인파가 내는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 100년 전 러시아혁명이 그랬을까. 적어도 지난해 말과 올 초 한국은 그랬다. 그래서 박근혜가 쫓겨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과연 사람들의 기대만큼 적폐청산과 개혁이 이뤄졌을까? 사드는 눈치보다 북한 핑계로 배치하고(예의 북의 미사일로부터 방어한다는 거짓말을 하며), 공사 중단을 약속했던 신고리5,6호기는 국민 여론 뒤로 숨어 다시 공사 재개하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각종 조치들을 도입하고. 부패한 지배자는 쫓겨났지만 그를 쫓아낸 민중이 바라는 개혁은 아직 한참 요원한 상황이다.
3.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실적으로 전쟁이 벌어질 것 같진 않지만 확실한 건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고, 1994년 미국이 북한 영변을 폭격하기 30분 전에 취소한 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게다가 누가봐도 예측불가능하고 돌발적인 트럼프의 캐릭터도 그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난 트럼프 혼자 독단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지배계급의 핵심 부위에서는 어쨌든 다수가 지지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아무리 미치광이라 해도 쉽사리 전쟁을 감행할 수 없다. 다만 그의 예측불가능한 언동이 북한에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은 크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 쌍욕을 시작하다보면 어느 누가 먼저라할 것 없이 주먹이 나갈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작은 움직임이 큰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주유소 근처에서 담배 꽁초를 버리는 것이 의도와 관계없이 불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유증기가 높은 상황에서는 라이타를 켜면 안 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 지금 호전적으로 전쟁을 얘기하는 인간들, 특히 자기와 자기 자식들은 군대도 안 간 자유한국당 새끼들. 이런 새끼들이야 말로 전쟁 나면 제일 먼저 짐 싸서 한국을 뜰 놈들이다. 전쟁나면 북한이고 남한이고 모두 지는 것이고 모두 죽는 것이다.
4. 올해는 자전거를 거의 못 탔다. 작년의 반의 반 정도.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타야겠다. 그런데 이 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5. 올해 역시 맥주가 많이 들어왔다. 징하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올해는 퇴직금 사태가 가장 큰 이슈였다. 퇴직금과 채용 취소, 뒤를 이은 카먼센스 충만한 고소. 돈 내음을 맡고 꼬인 똥파리들이 엥엥 거리니 똥내가 진동한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들은 각종 얘기들. 씁쓸한 일들도 짠한 일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 모두 즐길려고 맥주를 마시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경쟁하듯이, 때로는 안면몰수하면서 그러는지. 처음 바이헨슈테판 헤페바이스를 마셨을 때의 짜릿함과 런던프라이드를 마셨을 때 놀라움, 인디카가 수입됐을 때의 그 기쁨. 어느새 맥덕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 심플하고 행복한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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