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감독 조근현, 2012


보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흥행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혹평을 접한터라 너무 실망할 까봐.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찮았다. 아니 좋았다. 내가 너무너무 기대를 안 해서일까.


물론, 짜임새는 상당히 느슨하다.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인지 정도를 넘어선 듯한 비현실성도 느껴지고, 너무 오바스런 캐릭터와 2시간 내내 거슬리는 오바스런 (정말이지 너무 오바스런) 곽진배의 사투리도 별로였다. 때로는 감동을 쥐어 짜려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이런 장면이야말로 감동을 가장 저해하는 것이다). <화려한 휴가>, <홀리데이> 같은 영화들이 좋은 소재를 충분히 잘 못 살린 것도 과도하게 감동을 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소재가 워낙 훌륭하고,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엉성한 짜임새에도 상당히 몰입해서 볼 수가 있다. 특히 심미진이 혼자 '그 사람'이 탄 차를 겨누며 암살을 시도할 때, 몸의 온 신경이 집중돼 하나가 됐다. 상영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그때 죽지 않을 게 뻔하지만서도 제발 죽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심미진이 소리를 지르며 "죽어"를 외칠 때, 나 역시 속으로 "죽어"를 함께 외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온 몸의 근육에 힘을 꽉주고 주먹을 불끈 쥔채로 "죽어"를 외쳤다. 그리고 조금 후 땀을 흘리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요즘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감정이 별로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말이야"(이는 전두환이 실제로 한 얘기다) 하며 뻔뻔스레 살아가는 현실이야말로 이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현실에선 호의호식하는 '그 사람'을 영화 속에서나마 죽이려고 한다는 것에 나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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