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은 이런 자연스런 모습이 제일 어울린다
악동뮤지션은 돋보적이다. 방송에서 공개한 음원은 나올 때마다 모든 차트 1위에 오른다. 늘씬한 S라인의 걸그룹이든, 칼군무의 보이그룹이든 모두 '올킬'이다.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보시다시피) 예쁘지도 잘 생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래를 꾀꼬리처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감정이 짙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리버리해 보이는 남매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뛰어난 작곡 능력, 센스있는 가사, 때묻지 않은 순수함, 남매의 조화로운 호흡 등등. 부분적으로는 다른 참가자들도 가지고 있다.
싱어 송 라이터 참가자는 계속 있었다. 그리고 몇몇 자작곡 들은 상당히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확언컨데, 수많은 오디션 참가자 가운데 이런 팀은 없었다. 그 능력에 있어 클라스가 다르다. 끊임없이 나오는 자작곡 들을 들어보면 누구나 단박에 이찬혁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것이다.
여기에 센스있는 가사가 더해진다. 사춘기 남/여자애가 할 수 있는 얘기 딱 그거다. 이들이 심각하게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것을 상상해 봐라. 아니면 서른 즈음에를 부른다든지. 뭐든지 때가 있는 거고 어울리는 게 있는 거다. 이들은 오바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와 가사를 부른다.
가끔 앳띤 얼굴의 참가자가 심각한 사랑 노래를 인상 쓰며 부르는 것을 보면 우습다. 거기에 심사위원들이 감정이 좋고 어쩌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다. 쟤네가 가슴 시린 사랑을 해보기나 했을까. 길 가다 그냥 핑 하며 눈물 돋는 경험을 해봤을까. 한국말로 된 가사를 읽을 수는 있겠지만 그 한국말을 진정 이해하고 있을까. 뭐 그냥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제대하고 20대 중반에 복학했을 때 같이 수업듣는 누나가 자신은 29살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서른이 된다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무서웠다 했다. 그리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가 그렇게 와닿았다고 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서른이 넘어서,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가는 지금 그런 것 같다. 나한테는 서른 즈음 보다는 오히려 지금 그 가사가 더 와닿는다.
무엇보다 이들이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은 천편일률 적인 케이팝 씬 때문이다. 티비를 켜면 비슷한 애들이 다른 이름의 팀으로 나와서 인상 쓰며 (혹은 온갖 귀여움을 떨며) 정신없는 춤을 추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가사 (혹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유치한 가사)를 주문처럼 외운다. 다양성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김치찌개를 먹을 순 없다. 된장도 먹고 순두부도 먹고 콩비지도 먹고 그래야지. 그런데 우리나라 가요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그냥 김치찌개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지가 족히 10년은 된 것 같다. 정말 아무리 개인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자본주의여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때론 심사위원들에게 비대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잊지 말자. 그들은 한국 음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메이저 기획사의 수장(급)임을. 그들이 비대중적이라 느끼는 것을 꼭 대중들도 그렇게 느끼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천편일률 적인 한국 음악 시장을 만든 것은 메이저 기획사들이다.
그들이 우승을 할지, 준우승을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나한테는 별 중요치 않다. 그저 빨리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 어떤 보물같은 곡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앨범이 빨리 나오길 기다려지는 팀은 처음이다. 그런 면에서도 이들은 클라스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