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er's Discovery, 4.5%
몇 해 전 런던에 갔을 때, 짬을 내서 훌러스 공장을 방문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공장 투어 뭐 이런 것은 못 했고, 샵에서 빈티지 에일과 몇 몇 맥주를 구입했다. 당시 내가 받은 느낌은 이미 베스트 셀러인 런던프라이드나 ESB 대신, 출시한지 몇 년 안되는 디스커버리를 민다는 것이었다.
사실 맥주 전통 강호(?)라 하면 일반 사람들은 독일을 주로 떠올릴 것이고, 좀 안 다는 사람은 여기에 영국, 체코, 벨기에를 더 할 것이다. 그리고 좀 안 다는 사람(?)은 신흥 강호로 미국을 덧 붙일 것이고. 그래서 우리나라같이 비슷한 경제 수준의 타 국가에 비해서도 맥주 즐기기가 형편 없는 곳에 사는 맥주 휀들은 이 5개 나라에 가서 원없이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영국에 가면 맛있는 에일을 실컷 마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 걸. 거리에 널린 펍에서 파는 맥주는 영국 고유의 에일보다는 하이네켄, 스텔라아루뚜아 같은 라거들이 많았다. 편의점, 수퍼에 가면 에일이 널려 있겠지. 마찬가지로 초국적 기업의 라거류가 자리를 더 차지하고 있었다. 영국 사람들도 라거를 더 많이 마시는 것이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다 태권도 유단자가 아니 듯이, 스위스 사람들이 다 요들송을 꾀꼬리처럼 부르지 못 하듯이, 영국 사람들도 다 자신들의 에일을 마시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라거를 더 찾는다. 오죽하면 에일을 보호하려는 단체(Campaign for Real Ale)가 생겼겠는가.
디스커버리는 이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나온 맥주다.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에일. 즉 라거의 상쾌함과 에일의 풍미를 더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아마 저렇게 지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수학이 아닌 이상 1+1이 2가 아닐 수 있듯이. 맛있는 초콜릿에 맛있는 갈비를 더하면 더 맛있는 무언가가 나오지 않듯이. 내 입에는 별로였다. 상쾌함을 찾으려면 나는 필스너를 마시겠다. 풍미를 찾으려면 ESB를 마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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