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 Ruination IPA, 7.7%


누구에게나 '첫'이라는 대상은 특별할 터.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나에게 처음으로 얼터너티브/모던락의 매력을 일깨워 준 라이브(당시 또래에게 대부분 그 대상은 너바나였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를 처음으로 인디씬에 관심을 갖게 해준 픽시스(그들의 첫번째 앨범 1988년 작 surfer rosa는 아직도 내가 듣고 전율을 느낀 유일한 앨범이다) 등.


그래서 그 '첫'의 대상들이 주는 감흥이 떨어져도 계속 아련한 추억때문에 찾는다. 라이브가 이미 3번째 앨범부터 망가지기 시작해도, 픽시스가 해체하고 블랙 후랭시스는 후랭크 블랙 이름으로 솔로(물론 후에는 후랭크 블랙 앤 더 캐톨릭스)로, 킴딜은 브리더스, 디 앰프스로 가도 계속 그들의 앨범을 사서 듣는다. 물론 추락하는 비행기에 날개는 없듯이, 한 번 망가지면 좀 처럼 회복하기 힘들다. 그냥 아름다웠던 젊은 날들을 회상하는 것일뿐.


설이 길었는데, 맥주로 치면 이 녀셕이 일종의 그 '첫' 뭐시기 쯤 된다. 그냥 술 마시는 게 좋고, 조금 먹다보니 서로 조금 다른 것 같고, 에일을 마셔보니 라거와 또 다르고, 에일 내에서도 천차만별인 것을 알아가게 될 때 즈음. 샌디에고 여행에서 마주친 이 녀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에게 IPA(더 정확히는 double IPA 혹은 imperial IPA)의 매력을 알게 해 준 녀석이다. 그래서 말이 필요 없다. 나한테는 최고다.


앞으로 아무리 훌륭하고 맛있고 뛰어난 맥주를 많이 접하게 돼도 이 녀석은 그래도 계속 찾을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 못 구해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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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Sublimely Self-Righteous Ale, 8.7%


이름이 말 해준다. 한국말로 하자면 이빠이 독선적인 에일 정도? 얘네는 다 이런 식이다. Arrogant Bastard Ale 병에 써진 한 마디로 요약이 된다. "You're Not Worthy". 스톤의 다른 맥주 병에서 본 글귀는 대충 이런 식이다. '너는 이 훌륭한 맛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왜냐하면 너는 수백만 불 들여서 섹스 어필하는 광고나 내는 메이저 맥주 회사의 오줌 맛 나는 거나 좋아하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런 싸가지 없는 새퀴들"이라 할 법한. 그런데 별 볼일 없는 애들이 그러면 괜히 허세 잡는다고 할 텐데, 얘네는 이렇게 건방질 자격이 있다. 훌륭하고 훌륭하고 훌륭하다.


이 녀석은 원래 2007년에 11주년 기념주로 나왔다가 반응이 좋아서 연중 생산으로 돌려 버린 것이다. Black IPA. 시트러스한 아로마. 보통의 IPA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에 단 향도 조금 난다. 그러나 색에서 기대할 법한 로스트 맥아 향은 잘 못 느끼겠다. 거품이 조밀한 편. 첫맛은 몰티한 게 나나 금방 상큼한 과실 맛으로 바뀐다. 자몽, 파인애플 등등. 중간에 건포도 맛도 살짝 지나친다. 피니쉬는 그리 길지 않다. 목 넘김은 부드럽다. 집중하면 복잡함을 느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홉이 너무 강조된 느낌. 그래서 그냥 IPA라 생각하고 마시면 훌륭하겠지만, Black IPA라 해서 'Black'한 맛을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 것.


그 래 도, 항상 가까이 두고 계속 먹고 싶은 스톤.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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