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피에이다. 오랫만에 마시니 진짜 좋다. 흠잡을 데가 없다. 100점짜리다. 지금 아더해프 마시러 줄 서고 그럴 때가 아니다. 뭐 신선하고 어쩌고 비행기 태운 거 마신다고 돈 쓸 때가 아니다. 이거 마셔라. 두 번 마셔라. 홉통기한이니 뭐니 따지고 비행기로 가져오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게 뭔지 보여 준다. 바로 맥주 자체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캔입 3일째. 첫 배치보다는 훨씬 낫고 시트라 싱글 홉 버젼보다는 못 하다. 호피함도 덜 하고 몰티스윗네스가 아닌 인위적이고 어색한 단 맛이 좀 튄다. 마치 빠다코코넛 과자나 버터스카치 사탕에서 나는 그런 단 느낌 말이다. 그래도 요새 아주 기대가 되는 맥주여서 아더해프 수입보다 얘네 출시가 더 관심을 끄는 건 분명하다.
원래 로컬에는 +10점을 준다. 뭐 약간 affirmative action 같은 거라 할까. 한국의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맛있고 신선한 맥주를 잘 만들길 바라는 충심에서 그런 것이라 할까. 그런데 크래프트브로스는 내가 살던 지역과 가까워서 종종 갔음에도 정이 전혀 안 가는 브루어리였다. 개중에 쓸만한 맥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냐하면 갈 때마다 맛 없고 비싸기 짝이 없는 안주를 시키라는 안주 강매 정책 때문에 가능한 안 가고 갈 때마다 기분도 별로였기 때문이다(지금도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무리 로컬이어도 크래프트브로스 맥주는 +10점 따위는 전혀 없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망고, 오렌지, 파인애플 과즙을 넣은 것처럼 향과 맛이 풍부하다.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이스티함도 잘 살렸고 부드러운 마우스필과 낮은 비터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충분하다.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훌레이버가 잘 나가다고 훅 떨어져 힘이 딸리는 정도인데 이거는 굳이 단점을 찾으려고 해서 말하는 것이고 전반적으로 아주 아주 잘 만들었다. 칭찬할 만한 점이 압도적으로 많고 최근에 한국에서 나온 맥주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아니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온 크래프트 맥주 가운데서도 이보다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맥주가 금방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도대체 맛이 형편없었던 작년 수퍼아이피에이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앞으로 장난질 치지 말고 트위스트한다 깝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면 훨씬 더 맛있는 맥주가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