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el Karmeliet, 8.4%


말 그대로 트리펠. 재료는 보리, 밀, 귀리를 썼음. 


꽃 향과 향신료, 바나나 맛이 조화롭게 느껴지며 고도수에도 알콜이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상쾌하고, 발랄하다. 그렇다고 싼티 나는 게 아니다. 우아하고 품격있다. 


감동이다. 


two thumbs up!


http://www.bestbelgianspecialbeers.be/main_e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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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er's ESB, 5.9%


오랫만이야 ESB.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년 전 런던에 갔을 때 어떻게 해서든 cask ale 즉, 영국 '생맥'을 한 잔이라도 더 마시려고 아침 8시에 숙소가 있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 근처 펍에 가서 술 파냐고 물어 봤다. 처음에 종업원은 못 알아 들었다. 영국식 악센트가 없는 영어여서겠지만, 아침부터 술 달라고 하니 자기 귀를 의심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하루 관광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다시 그 펍에 가 마신 ESB 생맥은 정말 천국의 맛이었다. 


그런 ESB가 한국에 수입된다. 물론 구하기 쉽진 않지만 수입된다는 사실에 내가 얼마나 기쁜지. 이제 더 이상 외국에 나가서 마실 필요가 없다. 한국이 아주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맥주 먹는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비싼 가격과 소비자의 몰이해, 경기 침체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지만. 그래서 있을 때 열심히 마셔야지, 암.


마셔보면 안다. Champion Ale이라 스스로를 부르는 게 허세가 아님을.


http://www.fullers.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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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쇼, 감독 김재환, 2011


사기꾼같은 맛집 프로그램에 대한 훌륭한 폭로, 그리고 이를 가능케한 빼어난 아이디어.


방송의 이런 단면은 혹세무민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그래도 요즘 방송을 보고 있자면, 맛 없는 집을 맛 있는 집으로 둔갑시킨 정도는 애교아닐까. 권력의 나팔수와 딸랑이가 되고 싶어하는 방송도 많은 데 말이다. 이러저래 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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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h Beer Yuzu White, 5%


일본 오사카 출신. 벨지안 윗비어 베이스에 유자를 넣은 것.


한 줄 감상평 : 유자차 + 호가든.


재밌음. 그러나 돈 내고 다시 먹고 싶지는 않음. 디자인은 매우 깔끔하고 예쁨. 끝.


http://www.minoh-bee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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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rra Nevada 30th Anniversary Jack & Ken's Ale, 10.2%


미국의 대표적인 소규모 양조장 Sierra Nevada가 30주년을 맞아 미국 마이크로 브류어리 개척자들과 함께 만든 기념 에일 가운데 하나. 스타우트, 복, 오크 에이지드 에일, 발리 와인 총 4종을 만들었고, 위는 발리와인. 잭은 미국의 '그' 개척자이고 켄은 시에라네바다 설립자.


짙은 검은색에 매우 조밀한 거품. 헤드 리텐션이 좋음. 향긋한 과일의 아로마가 난다. 쿼드루펠을 농축시킨 듯한. 바디는 묵직하며. 과일 맛과 달달한 팔레트가 공존. 그 사이에 알콜도 느껴지지만 도수에 비해 크지는 않음. 매우 풍부하고 복잡한 맛. 피니쉬는 씁쓸하게 오래 감. 전반적으로 풍미가 좋고 복잡다단한 느낌을 줌. 다시는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인상적인. 두고두고 오래동안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http://www.sierra30.com/#/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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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광은 가난한 청년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부모님은 이혼했고, 어머니는 간호조무사로 생계를 꾸린다. 어머니는 병원 기숙사에서 산다. 집이 없어서다. 홍대광은 노래를 하고 싶다. 돈도 벌어야 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며, 사람들이 주는 돈을 받는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주머니에 몇 천원도 없었다.


그런 그가 수십 만의 경쟁률을 뚫고 슈스케4 탑4에 올랐다. 


물론, 이미 생방송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는 인기투표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문자투표가 당락을 60% 결정하는 제도는 그 자체로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인기있는 사람을 뽑을 수 밖에 없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않은 혹은 갖지 못 하는 것을 갖은 사람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백혈병 산재와 노동자 탄압을 비판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건희를 닮고 싶어한다.[각주:1]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타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학을 간(혹은 현지에서 사는), 영어 잘 하고, 잘 생기고(혹은 이쁘고), 키 크고, 노래도 곧 잘 하는 데다 심지어 공부까지 잘 하는 엄친아/엄친딸 들은 인기가 있다.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 높은 순위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 가진'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마저 1등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선망의 대상인 그들이 2등이나 3등까지는 올라가게 하지만, 1등은 그들보다 가난하고, 영어 못 하고, 잘 생기지 않고, 키도 크지 않고, 공부도 썩 잘 하지 않은 (노래 잘 하는 것만 빼면) 너무 평범한 사람들이 하기를 바란다. 


'다 가진' 참가자들은 굳이 우승을 하지 않아도, 미래가 창창하기 때문이다. 다 가졌기 때문에 굳이 더 갖지 않아도 잘 산다. 반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은 왠지 모를 절실함이 있다.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불우해서, 노래로 '인생역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홍대광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고생한 어머니와 앞으로 어머니가 고생할 날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우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이 우승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이입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라고 그동안 생각했다. 그런데 틀렸다. 아무리 삑사리가 나도, 키를 낮춰 불러도 잘 생기면 떨어지지 않는다. '다 가진' 자도 떨어지지 않는다. 가진 것이라곤 목소리 뿐인 가난한 청년이 떨어진다. 가슴이 아프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 했던 그런 감정이다. 일하고 돈 벌며, 공과금 내고 적금 붓고. 미래 계획은커녕 하루하루 정신없이 사는, 그런 일상이 양 어깨를 짓누르니 나와 좀 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고 응원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런 감정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진심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진심이다. 글로써는 도저히 설명 못 하는 소외,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이를 안다.


홍대광같은 평범한 청년은 사회에서 1등이 될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조차 1등을 하면 안 되나. 굳이 '다 가진' 사람이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마저 우승해서 더 가져야 하나. 그렇다면 너무 인정머리 없고 잔인한 사회 아닌가.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3061553491&code=92040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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