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감독 오멸, 2013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다룬 영화이다. 당시 제주도민 30만 명 가운데 10%인 3만 명이 학살됐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 수는 알 수가 없어 8만 명(인구의 25%가 넘는다)이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어쨌든 당시 정부군이 파악한 무장대 수는 최대 500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 극악무도한 '빨갱이'를 잡아 죽인다는 명목하에 그 60배가 넘는 양민을 죽여 버렸다. 사망자의 30% 이상이 여성, 10세 이하 어린이, 60세 이상 노인이었다.
친일파를 기반으로 한 이승만은 이 '빨갱이 사냥'을 통해 단독정부 수립의 정당성을 확고히 하려 했고, 미국은 이를 '레드 헌트'라 부르며 지원했다.
이 영화는 3만 명이라는 비현실적 숫자에 하나 하나 생명감을 불어 넣는다. 그 한 명 한 명이 모두 순박한 사람들이었고, 평생 열심히 일만 해 온 정직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 모두는 누구의 사랑스런 자식, 누구의 자랑스런 부모, 누구의 둘도 없는 배우자였다는 것.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죽임을 당했고, 그 수가 수 만 명에 이른다.
이런 영화가 소위 대박이 나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봐야 한다. 그래서 이 처참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2년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60%가 6.25의 발발연도를 모른다. 하물며 4.3 사건은 어찌 알겠는가.
이는 정부가 제대로 역사 교육을 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한 문제다. 이미 십 수년 전에 내가 고등학생일 때도, 현대사는 거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다. 단군 할아버지와 구석기 시대는 그렇게 많은 비중을 할애하면서, 정작 우리가 발 붙이고 사는 지금 이 시점의 역사는 하찮게 여겼던 것이다.
그 이후에는 국사가 아예 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 과목이 됐고, 2012년도 응시자 가운데 고작 6.9%만이 국사를 선택했다.
이러면서 정부가 무슨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비난하는가.
이런 현실 때문에 영화를 본 후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쉬 가시지 않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