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러스와 열대과일 느낌은 꽤 있으나 더블드라이홉드라고 하기엔 좀 약하지 않나? 훌레이버도 꽉찬 느낌이 아니라 좀 빈 느낌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필요 이상으로 느껴졌던 비터는 두드러지진 않는다. 이젠 캔입 장비도 갖춰서 공평하게 경쟁하고 핑계 댈 것도 없는데, 잘 만들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엔 좀 애매한 것 같다. 다음에 한 번 더 마셔 보는 것으로.
appearance: 칠흑같이 짙은 검정색. 빛 투과가 전혀 안 됨. 갈색의 헤드는 얇으나 지속력이 아주 나쁘진 않음. 잔 안쪽으로 진득하니 레이스가 생기는게 탐스러움 (3/3)
aroma: 좋게 얘기하면 덜 익은 초록색 바나나 껍질. (먹어 보지 못 했지만) 바나나 나무 잎사귀 같은 풀 내음. 나쁘게 얘기하면 푹 삭기 하루 이틀 전의 채소 많이 들어간 음식물 쓰레기 냄새 (-5/12)
flavor: 덜 익은 초록색 바나나의 단 것도 아니고 달지 않은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과실 맛. 카카오닙스의 떫은 맛. 느껴지는 단 맛은 바나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로스티드 몰트의 스윗네스 같음 (0/20)
mouthfeel: 입 안을 꽉 채우는 극단적인 풀바디. 다만 느끼하진 않아서 마시기 힘든 정도는 아님. 로우 카보네이션 (4/5)
overall: 듣도 보도 못한 아로마와 맛. 인간적으로 팔면 안 되는 맥주. 아마 외국이었으면 리콜하고 환불하고 인구에 회자됐을 맥주. 홈 브루잉하는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공짜로 맛 보게 해도 머쓱할만한 맥주. 언제 나오든 가볍게 당해 최악의 맥주로 꼽힐만한 맥주. 악마도 울고 갈 정도의 맥주 (0/10)
total: 2/50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애정이 있어서 2시에 네이버 들어가서 예약하고 엄동설한에 픽업했다. 여기 오너들도 맥주 오래 마시고 맥주 잘 만들고 하는데 이거 안 마셔보고 파는 건지? 맥주 못 만들어도 되는데 기본은 지켜야지. 이건 정말 팔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한국 크래프트 맥주 씬을 퇴보시킨 느낌이다.
이게 바닐라빈을 넣은 건지 바닐라 뿌리를 넣어서 만든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쓰고 떫고 그렇다. 달긴한데 부드럽고 기분 좋게 단게 아니라 떫고 머리 아프게 달다. 쉽게 마시기 힘들다. 커피 바닐라 에디션과 아쉬운 점은 대동소이하다. 퐁당 시절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맥주가 좋아지고 발전하는 것을 보는 기쁨이 있었는데 미스터리는 반대인 것 같아 아쉽다. 디자인은 깔끔하고 멋지다.
아로마는 예전에 미스터리에서 나온 커피 스타웃이랑 비슷하다. 커피를 그냥 부어 넣은 것 같다. 나쁘진 않은데 임페리얼스타웃에서 기대할만한 아로마는 아니다. 더군다나 패스튜리 스타웃을 표방한 맥주에서 느낄 법한 것은 더욱 아니다. 훌레이버가 아로마보다 더 나은 것도 별로 없다. 인위적이고 느끼하고 오일리한 마우스필은 정말 입안을 피로하게 한다. 아마 풍성하고 꽉 차고 극단적인 바디감을 의도한 것 같은데, 극단적이고 꽉 찬 바디라고 해서 반드시 이렇게 느끼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 않은 맥주는 널리고 널렸다. 차라리 좀더 기본에 충실하고 정석적인 것을 만드는게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미스터리 정도의 실력과 짬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수도 낮고 요즘 유행하는 극단적인 바디감도 없지만 아주 정석적이고 훌륭한 맥파이의 임스 한 잔 마셔보면서 뭐가 잘 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재미는 좋지만 재미는 기본이 갖춰져있을 때 해야 재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