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26~3.1 일정으로 홍콩에 다녀왔다.


주 목적이 학회(ISFM international congress) 참가였고, 일정이 빠듯해 관광은 아웃 옵 안중이었다. 다음은 순전히 나의 편파적인 눈과 몸으로 느낀 것이다.


날씨는 2월인데도 더웠다. 아침 기온이 20도 정도였으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습하다는 것이다. 호텔에선 계속 에어컨을 켤 수 밖에 없고, 그래도 침대에 누으면 눅눅했다. 물론 내가 묶은 곳이 그리 좋지 않은 곳이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어쨌든 2월에 이 정도면 한 여름에는 정말 '뜨아'할 것이다. 


그야말로 빌딩 숲이다. 한 마디로 숨 막힌다. 누구는 그 야경이 죽인다고 하겠지만, 나한테는 그저 멋대가리 하나 없는 인위적인 모습뿐이다. 평소 서울도 정말 숨 막힐 정도로 빡빡하고 싫었는데, 홍콩에 가니 정말 서울은 애들 장난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높은 건물들에 시야는 다 갇혀있고, 서울에 돌아오니 그제야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모든 것은 상대이라 하지 않았나. 


교통은 잘 돼있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도, 시내에서 이동하는 것도 편했다. 지하철이 짜임새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무척 많다. 엄청난 인구 밀도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거리 곳곳이 명동처럼 분볐다. 한 여름이었다면 역시 뜨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내가 먹어 본 음식들은 다 괜찮았다. 특별히 맛있다고 유명한 집을 찾지는 않았고 숙소 주변과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었다.


맥주 마시기는 한국보다 좀 낫다. 소매로 살 수 있는 곳은 시티슈퍼가 제일 나은 것 같다. 물론 종류는 한국 홈플러스보다 적다. 그래도 한국에 없는 맥주들이 있으니 한 번 가볼만 하다. 펍으로는 Globe, Frites, Roundhouse 등을 갔다. Rogue Brutal IPA, Rogue Dead Guy Ale, Rogue Yellow Snow IPA, Greene King IPA 등을 생으로 마실 수 있다. 


약간 세기말 느낌이다. 90년대 초 정도에 나왔던, 21세기 초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끝도 없이 솟은 빌딩 사이로 수많은 인간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처럼 움직이며 일하는 그런 회색 빛의 도시라는 느낌이다. 한 눈에도 어마어마한 빈부격차를 느낄 수 있고, 도로는 차로 뒤덮여 있고, 높은 빌딩 사이에서도 곳곳에서 시끄러운 공사가 또 벌어지고 있었고, 시내 곳곳에 명품 브랜드의 대형 간판들이 있는 소비와 향락으론 좋지만 고시원보다 작은 집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지천에 널린, 그런 자본주의의 온갖 더럽고 천박한 모습을 응집시킨 도시같은 느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만 이뤄진, 나무의 풀 향기와 새의 울음소리는 없는, 영혼없는 도시 같은 느낌. 


물론 이는 이 세상 어느 도시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음은 학회.


CE 개념의 자리기 때문에 기본기를 다지며 꾸준히 공부하게끔 동기 부여를 해 준다. (물론 기본기도 없는 나는 많은 지식을 얻었지만)


괴테가 한 말: "You only see what you know"는 모든 임상가들이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JFMS의 편집장인 Andrew Sparkes가 자신의 강의를 시작하며 온갖 겸손을 떠는 것을 보며 느낀 것이다. 고양이 임상에서 족히 30년의 세월은 보냈을 대가가 단순히 립서비스로 그런 말을 했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항상 배우려는 겸손의 자세가 그를 대가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태도야말로 후배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다. 


이것이 내가 학회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괴테 얘기가 나왔으니, 그가 즐겨 마셨던.



Man sieht nur das, was man weiß

Johann Wolfgang von Goe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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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wDog Nelson Sauvin, 7.5%


다시 마시고 싶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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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wDog Sorachi Ace, 7.5%


아침을 상쾌하게 맞고 싶다. 특히 일하러 가는 날에는. 그런데 없음. 없으면 사진으로라도 즐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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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neider Aventinus Weizen Eisbock, 12%


잣같은 5년이 끝났다. 2013년 2월 24일로 부로.


이런 날은 아주 진득하고 깊은 녀석을 마셔 줘야 한다. 


우선 지난 5년동안 고생한 우리 모두를 위해 한 잔. 언제 오나 싶었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간다. 고생했다.


또 내일부터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잣같은 5년을 위해 한 잔. 


이런 걸 마셔줘야 하는데...구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우리 모두 앞으로의 5년도 잘 버티자. 


마음에 안 들면 이렇게 또 싸우면 된다.




그리고 잊지 말자.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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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edo Kyara, 5.5%


2011까지는 비엔나 라거 스타일로 만들어 졌고, 2012년부터는 페일라거/임페리얼 필스 스타일이라는데. 한 모금 마셔보고 갸우뚱? 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비엔나 라거에 가깝고, 무엇보다도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마셨다가 깜짝 놀랐다. 훌륭해서.


거품은 좋지 않다. 코를 대면 청포도 향, 레몬 향이 기분 좋게 난다. 입으로 들어가면 자몽 맛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과일 맛이 꽤 오래 가고 몰트의 달달함은 상대적으로 부각이 안 된다. 탄산은 중간 정도에 라이트 바디. 상큼한 과일 맛이 씁쓸한 피니쉬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가볍고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맥주다. 리후레쉬에 제격.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 정말로. 진짜로.


뭐든지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니까. 인생도, 맥주도.


http://www.coedobrew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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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vel Tripel Hop, 9.5%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했던 트리플홉이다. 원 듀벨에 들어가는 Saaz, Styrian Goldings 홉 외에 Amarillo를 추가했다. 2012년부터는 매년 다른 홉을 넣어서 생산한다. 2012년 버전은 Citra 홉을 썼다. 


내가 마신 녀석은 2010년 생산된 것으로 꼬박 3년을 숙성시켰다. 아마릴로 홉을 써서 그런지 원 듀벨에 비해 시트러스 향이 더 난다. 바디감도 더 있는 것 같고 탄산은 다소 덜한 느낌이다. 더 복잡하고 깊은 느낌이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기에 제격이다.


총평: 훌륭하다. 수입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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