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야 말로 병신년에 걸맞는 해였다. 유사 이래 최대 인파가 대통령 퇴진을 위해 거리 시위에 나섰다. 민중은 한국 지배자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얼마나 썩어빠졌는지, 얼마나 염치없는지, 얼마나 무능한지, 얼마나 개같은지를 생생하게 봤다. 덕분에 박근혜는 산송장이 됐지만, 완전히 숨통이 멎은 건 아니다. 박근혜는 시간을 끌며 계속 꼼수를 부릴 것이고, 반전을 노릴 것이고, (쉽진 않겠지만) 반동의 보루 헌법재판소가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른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게다가 민주화 운동 이후에 독재자의 절친이 대통령에 당선 된 1987년처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쟁은 계속되야 되고, 단순히 대통령 하나 바꾸는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도전하는 투쟁이어야 한다. 어차피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사법부 사찰, 통합진보당 해산,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간첩 조작, 국정교과서 강행, 비선의 국정 농단 같은 말도 안 되는 건 줄어 들겠지만 기본적으로 친미/친제국주의적 외교정책, 노동자 쥐어 짜서 재벌 배불리기 같은 정책들은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극적으로 생을 마감해서 미화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는 이미 이것을 다 겪었다. 그래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투쟁으로 무엇을 얼마나 바꾸느냐다. 장시간 노동, 극심한 빈부격차, 치솟는 물가, 최악의 저출산, 극심한 취업난, 형편없는 복지, 최악의 자살율, 노인 빈곤, 경쟁 교육 등등. 이번에 바꾸지 못 하면 우리는 또다시 박근혜 없는 헬조선 혹은 문재인의 헬조선에 살게 될 것이다.
2. 지난해보다 자전거를 더 열심히 탔다. 1년간 3500km 가량 탄 것 같다. 대기질이 너무 안 좋은 날도 많고 여름에 폭염도 너무 심해 못 탄 날도 많았다. 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이 살기 힘든 나라면 공기라도 맑아야지 도대체 이 나라는 제대로 된 구석이라곤 눈 씼고 찾아 볼 수가 없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준도 WHO나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국'의 기준에 비해 한참 낮은데도 나쁜 날이 부지기수라 이건 뭐 건강을 위해 운동하다 먼저 죽을 수도 있는 나라가 되버렸다. 어쨌든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서 내년에는 의식적으로 좀 더 타려 한다. 5000km 정도는 타야지.
3. 아이가 태어났다. 그동안 뉴스나 글로만 접했던 양육의 문제들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가 하는 짓거리라곤 가임기 여성 수를 넣은 지도를 만드는 정도다. 뭐하는 놈들인지 진짜.
4. 올해도 수입 맥주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단골 바틀샵이 없어지는 바람에 많이 못 마신 것 같다. 작년에는 정말 들어온 애들은 왠만하면 거의 다 마셨는데. 작년에 비해 많이 걸르는데도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와서 벅차다. 저변은 확대된 것 같지 않은데 끊임없이 새로운 맥주가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쨌든 올해도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맥주 마시면서 재밌는 얘기를 나눴다. 내년에도 맛있는 맥주를 건강하게 마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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