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야 말로 병신년에 걸맞는 해였다. 유사 이래 최대 인파가 대통령 퇴진을 위해 거리 시위에 나섰다. 민중은 한국 지배자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얼마나 썩어빠졌는지, 얼마나 염치없는지, 얼마나 무능한지, 얼마나 개같은지를 생생하게 봤다. 덕분에 박근혜는 산송장이 됐지만, 완전히 숨통이 멎은 건 아니다. 박근혜는 시간을 끌며 계속 꼼수를 부릴 것이고, 반전을 노릴 것이고, (쉽진 않겠지만) 반동의 보루 헌법재판소가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른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게다가 민주화 운동 이후에 독재자의 절친이 대통령에 당선 된 1987년처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쟁은 계속되야 되고, 단순히 대통령 하나 바꾸는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도전하는 투쟁이어야 한다. 어차피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사법부 사찰, 통합진보당 해산,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간첩 조작, 국정교과서 강행, 비선의 국정 농단 같은 말도 안 되는 건 줄어 들겠지만 기본적으로 친미/친제국주의적 외교정책, 노동자 쥐어 짜서 재벌 배불리기 같은 정책들은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극적으로 생을 마감해서 미화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는 이미 이것을 다 겪었다. 그래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투쟁으로 무엇을 얼마나 바꾸느냐다. 장시간 노동, 극심한 빈부격차, 치솟는 물가, 최악의 저출산, 극심한 취업난, 형편없는 복지, 최악의 자살율, 노인 빈곤, 경쟁 교육 등등. 이번에 바꾸지 못 하면 우리는 또다시 박근혜 없는 헬조선 혹은 문재인의 헬조선에 살게 될 것이다. 


2. 지난해보다 자전거를 더 열심히 탔다. 1년간 3500km 가량 탄 것 같다. 대기질이 너무 안 좋은 날도 많고 여름에 폭염도 너무 심해 못 탄 날도 많았다. 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이 살기 힘든 나라면 공기라도 맑아야지 도대체 이 나라는 제대로 된 구석이라곤 눈 씼고 찾아 볼 수가 없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준도 WHO나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국'의 기준에 비해 한참 낮은데도 나쁜 날이 부지기수라 이건 뭐 건강을 위해 운동하다 먼저 죽을 수도 있는 나라가 되버렸다. 어쨌든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서 내년에는 의식적으로 좀 더 타려 한다. 5000km 정도는 타야지. 


3. 아이가 태어났다. 그동안 뉴스나 글로만 접했던 양육의 문제들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가 하는 짓거리라곤 가임기 여성 수를 넣은 지도를 만드는 정도다. 뭐하는 놈들인지 진짜.


4. 올해도 수입 맥주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단골 바틀샵이 없어지는 바람에 많이 못 마신 것 같다. 작년에는 정말 들어온 애들은 왠만하면 거의 다 마셨는데. 작년에 비해 많이 걸르는데도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와서 벅차다. 저변은 확대된 것 같지 않은데 끊임없이 새로운 맥주가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쨌든 올해도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맥주 마시면서 재밌는 얘기를 나눴다. 내년에도 맛있는 맥주를 건강하게 마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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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1. 우리 모두는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 봤던 광경은 혁명 전야 같았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행렬을 보며 얼마나 사람들이 분노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아무런 환상도 없는 내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형편없고 누더기 수준의 이 나라 민주주의를 보면서도 비참하고 부끄럽고 통탄스러운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나. 



2. 언론에서는 87년하고 비교를 많이 하는데 나는 오히려 1960년하고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한국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젊은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또 양심이란 것을 지키는 사람은 전부 소외되거나 배척되고,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만이 출세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머지 않아 한국 사회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 박근혜를 비롯해 최순실, 우병우, 이정현, 검찰 등이 하는 짓을 보면 56년 전 상황하고 똑같다고 느낀다. 


3.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을 내쫓았던 것처럼, 부마항쟁과 끈질긴 저항때문에 지배자들끼리 충돌하다 박정희를 쏴죽인 것처럼,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했던 것처럼, 박근혜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꼼수를 쓰면서 시간을 벌려 할 것이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지쳐서 나가 떨어지고 낙담하고 '역시 안 돼'하는 자괴감이 들기를 바랄 것이다. 한국 경제가 거의 마비 지경에 다다를 정도로 노동자들이 거대한 대중파업을 벌이던가, 공권력으로 치안 유지가 안 될 정도의 소요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박근혜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민주노총의 파업이 매우 중요한 실정인데, 소심한 지도부는 여전히 뜸을 드리는 것 같다. 이번에도 파업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그냥 문 닫는게 나을 것 같다. 


4. 항상 시위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폭력 여부인데, 좀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세상에 일부러 폭력을 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싸이코패스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주로 시위를 폭력이라 비난하는 사람들을 한 번 보자. 박근혜 일당과 검찰, 경찰, 조중동 아닌가. 법과 원칙을 그리도 좋아하면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부정 부패를 일삼고 도둑질하질 않나. 이런 사람들이 시위를 폭력적이라 비난하는 건 구역질 나는 위선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위선자들말고도 '순수한' 의도로 시위의 폭력성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어찌나 언론에서 불법시위, 폭력시위를 떠들어 댔는지 어떤 사람들은 거의 강박수준 같다. 허나 지금까지 역사 발전을 이끌었던 주요 변곡점들은 모두 폭력을 포함한 저항이 있었다. 이는 너무 간단한 이유 때문인데, 기존의 권력자들은 군대든 경찰이든 '합법'적인 폭력 수단을 갖고 있고 저항을 '합법'적으로 탄압하면서 순순히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역으로 그들에게 변화를 강제하려면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무력행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착하고 순진한지 하도 혹시라도 언론에서 폭력시위라 매도할까봐 1백만이 시위해도 아무런 사고가 안 난다. 다른 나라였다면 - 특히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었다면 - 아주 광화문 광장이 불바다가 됐을 것이다. 


5. 역사는 인류가 만들어 나간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는 박근혜를 끌어 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 한다면 후대가 두고두고 원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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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이게 나라인가. 정말 진지하게, 그냥 까려고 비아냥 거리려는게 아니라, 진짜로 이거를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근대국가 가운데 이따위 나라가 있었을까? 확언컨데 없을 것이고, 비슷한 사례도 없을 것이다.


참담하다. 애당초 이 나라에 (그게 박근혜의 나라든 노무현의 나라든) 기대한 게 없다하더라도 참담하다. 수치스럽다. 광장에 발가 벗겨진 느낌의 그런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박근혜는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피로써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박근혜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 정말 참담하고 참담하고 또 참담하다.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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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대 총선은 아마 내가 정의당에 표를 주는 마지막 선거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유일한 원내 진보당이어서 준 것이지 지금도 그들의 행태를 보면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보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을 비례대표 앞 순번에 배치하고 노동운동가는 맨 꼴지에 배치하는 정당이 과연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당인지? 공보물에는 온통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사진과 함께 진짜 안보를 챙기는 정당이라는 황당무계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언제부터 진보, 좌파의 관심과 과제가 안보였나? 정말 구역질나서 못 봐주겠다. 지금 모병제로 전환하고 군비를 대거 감축하며 파병된 군인들을 철군 시키자고 해도 모자를 판에 대표부터 나와서 군복 입고 나와서 '안보'를 입에 올리다니, 맛탱이가 가도 이렇게 갈 수가 있나 싶다. 사실 이는 애당초 예견된 일일 수도 있다. 한국이 빠른 시간에 압축적으로 성장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종남주의 좌파'(이는 그들 스스로 통진당 사건 때 자리매김하고 싶은 위치였다. 지금의 안보타령도 마찬가지고)는 빠른 시간 안에 서구 사회민주당만큼 온건해지고 개량화되었다. 이름부터에 진보, 노동 등을 뺀 정의당이라니. 이 얼마나 몰계급적인 이름인가. 이번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표를 줬지만(그나마 지역구의 김종철 후보는 사퇴하는 바람에 찍지도 못했다) 아마 정의당에게 투표하는 마지막 선거가 될 것 같다. 양처럼 너무너무 온순해서 차마 찍을 수가 없다.


2. 투표 가능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 현재 만 19세인데, 이것은 물론 만 18세 혹은 그 이하로 낮춰야 하고, 70세 이상 정도는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양반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한나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독재의 후예 당을 찍는데 이거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앞으로 수십년 더 고생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리고 이 나이 대 사람들은 치매도 많고 의학적인 치매는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치매인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어떻게 보면 갓난 아이보다 못 한 판단력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도 부당하다. 나이가 많아지면 인지 능력 저하로 교통 사고 발생이 늘 수 밖에 없다. 이런 걸 막기 위해 일정 연령 이상인 운전자들의 면허 관리는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투표도 마찬가지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 사람이 죽었다 깨어나도 새누리당 찍는 것은 교통 사고보다 더한 거다. 우리 미래를 무면허 음주 운전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꼴이다. 이들은 개새끼를 데려다 놔도 뽑을 인간들이다. 실제로 2006년 부산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죽은 사람이 선거 운동 한 번 안하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내 말이 진짜라니까. 이 인간들은 새누리당 띠만 두르면 개새끼도 뽑고 시체도 뽑을 인간들이다. 


3. 이런 나라에서 애를 낳고 키워야 하다니 참으로 애한테 미안하다. 핏덩이 같은 학생들이 바다에 수장되는 나라에서, 진상 규명을 막고 유가족들한테 인간으로서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막말을 해대는 그야말로 천하의 개쌍놈의 새끼들이 또다시 선거에 나와 당선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나라에서 말이다. 국정화 교과서를 밀어 불이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하든, 테러방지법을 통해 한층 더 국민을 감시하든, 무슨 개지랄을 떨어도 또다시 새누리당은 다수당이 되서 우리 삶을 힘들게 할 거다. 그들이 20대 국회에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도 비정규직을 확산 시키는 일이다. 헬조선 어쩌고 자조를 해도 결국 이렇게 만든 거는 우리 스스로고 우리 부모님이고 우리 삼촌이다. 난 투표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중 투쟁이 활발히 벌어지지 않는 상황에선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단초는 된다고 본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냐. 1번은 항상 그대로고, 2번은 국보위 출신 노인이 대표로 있으면서 오른쪽으로 가고 있고, 3번은 대권 욕망에 눈 먼 안철수가 2번보다 더 오른쪽에 포지션을 잡고 있고, 4번은 내가 진짜 안보야 하면서 얼룩무늬 군복 입고 있고, 나머지 진보정당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참.



+추가

4. 새누리가 참패했다. 간만에 얼마나 기쁜 일인가! 고소한게 아주 깨소금이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얼씨구 절씨구. 진짜 오만방자하고 싸가지 없고 국민을 개 돼지만도 못 하게 보고 없는 사람들 무시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멸시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 새끼들이 참패한 걸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 특히 개새끼를 데려 놔도 새누리가 당선된다는 강남을, 송파을, 송파병에서 낙선하는 걸 보니 박근혜 정부에 대한 사람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울산 동구, 북구에선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노동자 후보가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국회에서 내주고 노동자 투쟁을 엄호하는데 매진하기를 바란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너무너무 온건하고 물러 터져서 흡족하진 않지만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기대만큼 의석수가 안 나왔다. 또 안산단원갑, 을 모두 새누리가 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얼마나 속상할지 가슴이 아려온다. 용산에서 철거민을 불태워 죽인 전 서울청장 김석기도 당선됐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총선이 끝났지만 세상은 똑같이 돌아갈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는 노동자 서민 죽이기에 매진할 것이고 더민주는 우왕좌왕하며 배신할 것이고 국민들은 또다시 실망할 것이고 이 과정이 반복될 것이다. 거대한 대중 투쟁만이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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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는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잊혀졌거나 대수롭지 않거나 그냥 정신 나간 '종북 빨갱이' 사건으로 남을 통합진보당 해산은, 그동안 이명박 때부터 꾸준히 진행되온 역사적 퇴행, 즉 민주적 권리가 후퇴하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질적인 도약(?)을 이룬 사건이다. 2015년에 벌어진 무수히 많은 일도 그 연장선이라 보인다. 당시 정당 해산에 맞서 진보 진영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 하고, 심지어 정의당은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등 권력의 종북몰이에 순순히 '종남 충성 선언'을 했는데, 당시 무기력한 대응과 사분오열로 박근혜는 더 노골적이고 막가파적인 공안 몰이를 할 수 있었다. 올해 또 한 번의 질적 도약을 한 것이 바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인데, 이 역시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가 별로 없다보니-그렇게도 싫어하는 북한과 더불어 국정 교과서라니!-그저 혼이 비정상이네 어쩌네 같은 소리만 해대고 있는 것이다. 국정 교과서 추진은 누가 봐도 역사의 퇴행이고 어린 학생들에게 독재 미화, 친일 미화, 재벌 미화 등의 방식으로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족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내팽겨치고 노동자들을 때려 잡아도 돈만 잘 벌고 잘 살면 그게 장땡이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쌍스러운 사상이다. 2015년 한국의 퇴행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다.


2.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 이는 항상 내 머리 속에 있지만 나는 막상 쉽게(?) 사람을 믿는 편인 것 같다. 옛말에도 검은 머리 짐승은 믿지 말라 했는데 참. 올해도 뼈에 이 말을 새기는 한 해였다. 다짐 또 다짐. 


3.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 모든 지표를 봐도 경제 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다. 누구나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안다. 물론 정부는 경제 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무슨 관심법안 통과시킬 때는 경제 위기라고 했다가 정신병자처럼 얘기하는데, 내년에는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이미 두산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다른 기업에서도 더 큰 규모로 더 본격적인 정리해고가 진행될 수도 있다. 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고, 취업을 해도 노예처럼 장시간 저임금으로 일하는 실정이고, 자영업을 하자니 월세 내다가 허리가 끊길 지경이다. 그래서 버티다 버티다 못 버티면 자살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이 매일같이 30명에 달한다. 박근혜는 20년 만에 한상균 위원장한테 소요죄를 적용하려 하는데, 막말로 소요가 일어났어도 몇 번은 일어났어야 하는 상황이 지금 한국 상황이다. 진짜 양처럼 착하고, 순박해서 멍청하게 앉아서 자기 탓하며 참는 거지, 다른 나라였으면 이미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도 남을 상황이다.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4. 올해 역시나 엄청나게 많은 맥주가 수입됐다. 최선(?)을 다해서 마셨지만, 못 마신 것도 많다. 아니 나중에는 너무 많이 들어오니까 질린 느낌이 들 정도다. 내년에는 진득하니 앉아서 즐기고 맛있는 것은 재구매해서 또 마실 수 있을 정도로만 들어왔으면 좋겠다. 난립하는 각종 펍, 바틀샵, 수입사도 걱정이다. 저변이 확대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수입양이 증가해 소수의 맥덕들을 위한 수입이 진행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재구매 여유가 없는 상황인 것인데, 이는 소매점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새로 수입되는 맥주를 사는데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재고는 재고대로 일부 남아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저변이라도 확대돼서 판매량이 증가하면 좋겠지만, 그것도 지금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 어디든 안 그런데가 있겠냐만은 맥주 관련 시장도 경쟁이 너무 심해서 결국에는 크게 한 번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이 다 갔다. 누구나 얘기하듯 시간은 빨리 간다. 그러나 아직도 박근혜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은 상대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 겨우 3년밖에 안 지났다니! 족히 30년은 보낸 것처럼 지긋지긋하고 신물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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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실을 유지하는 것.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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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근혜가 이대에서 열린 무슨 여성어쩌고 행사에 참가했다가 이대 학생들의 격렬한 저항을 받았다. 사실 박근혜가 생물학적 여성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마초 저리 가라할 정도이니 '치마만 두른 박정희'라고 보는게 맞다. 박정희 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착취와 억압과 차별과 멸시와 천대를 당했는지 생각해보면, 첫 여성대통령이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그저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어제 시위가 특히 더 의미가 있는 것은 고작 2~30명에 불과했던 '조직된' 학생들이 금새 250명 규모로 불어 났다는 점이다. 마치 2008년 촛불시위 때 1~2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시작하며 종로 거리를 돌면 금새 5천 명 이상의 규모를 불어난 것처럼 말이다. 당시에 정말 종로 바닥에 있는 사람들-그야말로 데이트 즐기던 연인들, 퇴근하려 버스 기다리는 직장인들, 술 먹는 청년들-이 대열로 합류하며 '이명박은 물러가라'며 구호를 외치며 난생 처음일 법한 '데모'를 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비록 지금은 당시에 비해 경제위기도 훨씬 심해서 사람들의 사기도 떨어져있고,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도 취업난이 훨씬 심해 자신감도 없고, 진보정당은 사분오열해서 구심 역할을 조직도 없고(그나마 제일 컸던 통합진보당은 아예 박근혜가 해산시켰다!), 그렇다고 제1야당은 정부보다 더 무능력하고,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서 노동자 투쟁도 별 볼 일 없고. 뭐 하여튼 이래저래해서 투쟁에 사람들이 적극 나서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적어도 내가 확신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과 분노는 그때 못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물이 끌어 오르기 전 구십몇 도 정도의 온도에서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어제 시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통쾌함을 줬을 것이다. 사복경찰을 온 학교에 죄 풀어서 박근혜가 막으려고 했던 것은 비단 백수십명의 힘 없는 여대생들이 아니라 그에 반대하는 모든 목소리와 저항의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그런 시도에 용기있게 맞선 이대생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이 멋진 시위가 너무 통쾌하다. 도대체 이명박때부터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아주 통쾌했다(물론 나는 노무현때도 지긋지긋했다.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확산, 한미FTA 추진 등에 반대하며 나는 매 주말 거리에서 노무현에 반대했다).



아참. 통일이 생각보다 금방 될 거 같다는 기운(!)이 요즘 든다. 왜냐하면 세계 200개 넘는 나라 가운데 네 나란가 다섯 나란가밖에 사용하지 않는 국정교과서를 북한하고 남한이 공히 쓰니까 이제 둘 사이에 거리는 상당히 좁혀진 것이다. 불평등은 둘다 너무 심해서 김정은을 필두로 한 당관료와 북조선 인민의 격차와 한국의 재벌 및 지배세력과 남한 민중의 격차는 다를 게 없다. 또 북조선은 3대 세습하고 남한은 2대 세습하니 이 또한 얼마나 유사한가.


이명박 때는 당시 여당 대표였던 박근혜가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 연설하는 그런 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의원들이 박근혜 말 한 마디에 이제는 다 종북이니 빨갱이니 좌편향이니 예의 써먹는 그 식상한 레파토리를 주술처럼 외우는 그야말로 1인 독재정당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벌어지니 이 또한 조선노동당과 어찌 다르다고 할 수 있겠나. 조선노동당 정치국 위원으로 실세 가운데 하나였던 장성택을 김정은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총살 시키고 박근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가 마음에 안 든다고 찍어 내쫓으니 이 어찌 비슷하지 않으리. 


언론도 조선중앙통신과 KBS, MBC 별 차이없다. KBS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이 그야말로 '박정희도 공산주의자'라고 얘기하는 다른 차원에 있는 인간들인데. 이명박 때는 종편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 같다. 조중동을 방송으로도 봐야된다고. 근데 이제는 종편을 걱정할 게 아니다. 왜냐하면 지상파도 다 종편스럽게 되버려서 언론의 비판 기능은 (특히 권력 비판) 거의 거세된 느낌이다. 며칠 전까지 시사 토론방송 사회보던 앵커가 이제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고. 진짜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직업 의식이나 양심도 없는 인간들이 넘쳐나는.


국호도 얼마 전까지는 사람들이 대체로 월드컵 삘을 받아 대한민국이라 했는데, 요즘은 헬조선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이제 사람들이 부르는 남한의 국호에도 조선이 들어가니 이 또한 북조선과 더 가까워졌다고 느낄 수 있는 기운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국호는 그냥 헬조선으로 하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휴전선 이북도 헬이고 이남도 헬이기 때문에 그냥 '조선은 하나다' 마 이 정신에 입각해 헬조선을 계속 쓰는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제 통일된 헬조선의 '국정' 역사 교과서에는 북쪽 령도자는 백두산에서 태어나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가르치고 남쪽 령도자는 한라산에서 태어나고 낙동강을 나뭇잎을 타고 건넜다고 배우는 것이다. 어때?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럴싸하지 않아? 아냐? 왜? 나치의 괴벨스가 얘기했던 것처럼 원래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믿게 되는 거야. 이미 박근혜를 뽑은 미개한 사람이 절반이 넘고, 세월호에다가 이 개지랄을 떨어도 지지율이 40%인데, 조금만 더 종북 빨갱이, 좌편향 타령하면 나머지 사람들도 믿을 거야. 


진짜 우리 모두는 이래저래 지옥같은 데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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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빡쎈 줄 몰랐다. 앞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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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가 안 그렇겠냐만은 2014년은 아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1. 지난 12년간 내가 몸 담은 단체에서 나왔다. 그 가운데 10년은 내가 온 힘을 다해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정치적 실망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난 정치적 인간으로서는 고아다. 의탁할 곳 없는, 희망을 찾을 곳이 없는 상태다. 언제까지 이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될지 모르지만, 짧은 시간 내에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2. 올해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피 말리는 전쟁터에 나간 느낌이 이럴까. 자영업의 현실을 다루는 다큐를 보면 '맞어 맞어'를 연발하며 공감하고, 집에 가는 길에 식당이 텅 비어 있으면 내 마음이 휑하니 빈 것 같다. 예전에는 간과했던 자영업 문제가 사실 한국에서 굉장히 큰 문제임을 온 몸으로 깨달았다. 


3. 세월호 참사는 실로 충격이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느새인가 나는 우리나라가 예전의 후진적인 사고, 예를 들어 성수대교 붕괴라든지 삼풍백화점 붕괴같은 사고가 일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는 커졌다고 해도 여전히 예전의 악습들이 많이 남아 있고, 황당한 재난에도 속수무책이었다. 경제 규모는 커졌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많이 따도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사람들이 점점 희망을 잃고 있고, 민주주의 퇴행하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정말 며칠 동안은 출근하며 지하철에서 신문을 볼 때마다 눈물이 글썽이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도대체 이 사회가 얼마나 정신 나간 사회인지. 박근혜와 그 십상시들의 악어의 눈물을 보면서도 분노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그들을 위로하던 권력자들은 희희낙락거리고 있다. 삐뚤어져도 한참 삐뚤어졌다. 이 사회 구조 자체를 뜯어 고치지 않고선 세월호 참사같은 비극은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뜯어 고쳐야 할 구조 정점에는 박근혜가 있다.


4. 올해는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 물론 이명박 때부터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계속 위축됐다. 그러나 올해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위축됐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해서 조금치도 이해 못 하는 헌법재판들관과 대통령에 의해 민주적 권리는 압살당할 위기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반공주의의 다른 이름이고, 천박하고 쌍스런 권력자들을 위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온전한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이 나라에서의 민주주의는 가뜩이나 볼 품 없고 하찮고 저열한 수준이었는데, 독재자의 딸은 그 조차도 마음에 안 들어 반대파 정당을 해산시켜 버렸다. 


5.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많이 못 읽었다. 예년의 1/5이나 읽었을까. 문화 생활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오로지 맥주 마시는 것뿐. 험하고 인정머리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게 기쁨을 주고 내 삶의 활력소가 됐던 것은 맥주였던 것 같다. 운 좋게 여러 좋은 맥주를 구해 마실 수 있어서 또한 기분 좋은 한 해였다. 


6. 이 외에도 잡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국정원 선거 개입이라든지, 십상시와 문고리의 국정개입이라든지 등등. 그러나 한국처럼 (안 좋은 의미로)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나라에서 그런 것까지 언급하려면 2박 3일은 필요하다. 


0. 부디 내년에도 살아 남기를. 이 험하고 무서운 세상에서,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 주고 부축하고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이때다 싶어 야구 빠따로 두들겨 패고 아예 못 일어나게 다리 몽댕이를 뿌러뜨리는 이 잔인한 세상에서 살아 남기를. 그래서 올 한 해 또 고생했다며 술 한 잔 기울이고 웃고 떠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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