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었다. 굳이 설명 필요없이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 도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레이버가 풍성하게 꽉찬다. 자극적이고 임팩트 찾고 극단적인 바디감 찾으면 마시지 마라. 그런데 부재료 고급스럽게 잘 살리고 발란스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거 마셔라. 두 번 마셔라. 최근에 나온 미스터리나 크래프트브로스 임스에 비해 얼마나 훌륭한지는 각각 한 모금만 마셔보면 알 수 있다. 2주만에 6캔 마셨다.
코코넛도 그렇고 초콜릿도 그렇고 나름 잘 살렸는데 예쁘고 조화로운 편은 아니다. 다만 온도를 거의 상온 가까이 올리면 훨씬 좋아진다. 몇년 전부터 몇 번 정도 탭으로 그리즐리를 마셨을 때마다 만족스러워서 상당히 기대했는데 기대에는 확실히 못 미친다. 버번 배럴에 한참 들어갔다 나왔다고 해도 믿을만한 가격이 크래프트브로스의 자신감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는 다음 번 임페리얼스타웃을 맛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진짜 커피보다 더 커피 같고 달콤한 커피 캐릭터. 정말 시종일관 커피 일색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강렬하지만 단순하다. 그럼에도 아로마가 너무 환상적이어서 훌레이버의 아쉬움을 덮고 남는다. 마우스필도 입 한 가득 꽉 찬 극단적 풀바디에 비단결처럼 고운 느낌이다. 마실 수록 피로해지고 물리는 것은 이 스타일의 미덕이니 잘 만들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올해도 좋은 분들과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드물게는 형편없는 것도 마시고) 재밌는 대화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좋은 분들의 배려와 아량 덕분이다. 한국처럼 변화가 빠르고 역동적인 나라에서 어느 해가 안 그런적이 있겠느냐만 특히 2020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가히 사변이라할 만한 격변을 겪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너무나 힘겨운 한 해였다. 그런 2020년도 다 갔다. 내년에도 건강하게 맛있는 술을 마시며 재밌는 얘기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appearance: 칠흑같이 짙은 검정색. 빛 투과가 전혀 안 됨. 갈색의 헤드는 얇으나 지속력이 아주 나쁘진 않음. 잔 안쪽으로 진득하니 레이스가 생기는게 탐스러움 (3/3)
aroma: 좋게 얘기하면 덜 익은 초록색 바나나 껍질. (먹어 보지 못 했지만) 바나나 나무 잎사귀 같은 풀 내음. 나쁘게 얘기하면 푹 삭기 하루 이틀 전의 채소 많이 들어간 음식물 쓰레기 냄새 (-5/12)
flavor: 덜 익은 초록색 바나나의 단 것도 아니고 달지 않은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과실 맛. 카카오닙스의 떫은 맛. 느껴지는 단 맛은 바나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로스티드 몰트의 스윗네스 같음 (0/20)
mouthfeel: 입 안을 꽉 채우는 극단적인 풀바디. 다만 느끼하진 않아서 마시기 힘든 정도는 아님. 로우 카보네이션 (4/5)
overall: 듣도 보도 못한 아로마와 맛. 인간적으로 팔면 안 되는 맥주. 아마 외국이었으면 리콜하고 환불하고 인구에 회자됐을 맥주. 홈 브루잉하는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공짜로 맛 보게 해도 머쓱할만한 맥주. 언제 나오든 가볍게 당해 최악의 맥주로 꼽힐만한 맥주. 악마도 울고 갈 정도의 맥주 (0/10)
total: 2/50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애정이 있어서 2시에 네이버 들어가서 예약하고 엄동설한에 픽업했다. 여기 오너들도 맥주 오래 마시고 맥주 잘 만들고 하는데 이거 안 마셔보고 파는 건지? 맥주 못 만들어도 되는데 기본은 지켜야지. 이건 정말 팔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한국 크래프트 맥주 씬을 퇴보시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