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한약에 설탕 때려 넣은 것 같다. 진짜 기본이 하나도 안 된 맥주. 뽕밭이 바다가 되지 않은 이상 아마 내 인생 마지막 클라우드워터 맥주일 것 같다. 이런 데는 팔아 주면 안 된다. 내 주말을 망쳤다. 진짜 쓰레기 같은 맥주. 맥주는 기호 식품이고 내게 별로였어도 다른 사람은 좋아할 수 있고, 만든 브루어의 고민과 노력도 존중하고, 내가 삼라만상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기에 내가 마신 맥주를 함부러 쓰레기라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진짜 쓰레기다. 요새 국내 맥주든 해외 맥주든 왜 이리 기본이 안 된게 많냐. 정말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수입한 건가. 이런걸 거의 삼 만원 돈 주고 샀다니 단전에서 깊은 빡침이 몰려 온다. 진짜 내 주말을 망쳤다. 농담이 아니다. 돈도 아깝고 내 간 세포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다. 수입사에서 뭐만 수입하면 맨날 언탭드 점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이것만 봐도 언탭드는 조금도 믿을만한게 못 된다. 이런 기본도 안 되고 구역질 나는 맥주가 4.3이다. 0.43도 아깝다. 언탭드는 그냥 얼마나 비싼지, 얼마나 구하기 힘든지, 얼마나 자극적인지를 반영하는 수치일 뿐이다.
목숨이 9개 이상이어서 이번 생은 포기해도 되는 사람 아니면 마시지 마라. 그리고 간이 하나인 사람도 마시지 마라. 우리 인생은 짧다. 그리고 너무 소중하다. 이런 것 마시는데 허비하지 마라.
버번은 많이 둥글둥글해졌다. 그래도 커피와 초콜릿은 강하다. 마지막 남은 2015 KBS. 그동안 즐거웠다.
참, 얼마 전에 모 맥주 유투버 영상을 보니 KBS를 풀바디가 아니라 하던데, 대관절 아무리 우리가 맥주 바디감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맥주의 전성 시대에 산다고해도 이게 풀바디가 아니라니.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풀바디란 말인가. 여러분, KBS는 풀바디입니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