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 has to know

1년 묵어서 그런지 향신료가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미천한 경험이지만 레볼루션 배럴 맥주들은 상대적으로 금방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사실 제일 기대 안 한 베리언트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임페리얼 스타웃에 무화과가 과연 어울릴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막상 마셔보니 그리 나쁜 조합같진 않다. 아주 괜찮다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재밌고 오묘한 구석은 확실히 있다. 괜찮게 마셨다.

5년만에 나온 커피 스타웃. 예전 작은 병 때 추억때문인지 충분히 맛있지만 좀 더 컴플렉스하고 충만하고 피니쉬 긴 것을 기대했다. 사실 나 같은 버번카운티의 오래된 팬들은 아마 올해 라인업 가운데서 가장 기대한 녀석이거나 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아쉽게 그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러나 맛있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그렇다고 할 것이다. 다만 너무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어느새 늙어 다리에 근육도 빠지고 주름도 생기고 야윈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확실히 이것보다는 더 보여줬는데 말이다.

토바코, 낙엽, 가죽 같은 캐릭터만 조금 더 있었으면 정말 100점인데. 그외에는 다 갖췄다. 그래도 아주 만족스럽다. 병 디자인이 바뀐 이후 나온 최근 8년간 빈티지 가운데 2020년 다음으로 좋다. 

캔이라 가볍게 생각하다 진짜 쓰러질 수 있다. 570ml에 담겨진 클래식한 버번 배럴 임페리얼 스타웃을 마시니 요즘 표현으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동시에 정신도 혼미해진다.

과하지 않고 마우스필이 아주 부드럽다. 마쉬멜로 들어간 임스 가운데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으면서 캐릭터를 잘 살린게 있었나 싶다. 

온도가 올라가니 바닐라가 더 산다.

이름처럼 강하다. 아주 강한데 달지 않아서 마시기 힘들지 않다. 이름을 해석하면 딱 그 맛이다. 맛있게 마셨다.

피나콜라다를 부은 듯한 느낌이다. 산미도 강하고 한데 쓸데 없이 바디감이 너무 강해서 매우 부조화스럽다. 상당히 아쉽다. 올해 베리언트 가운데 제일 별로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물론 나한테 최하위는 아니지만 어쨌든.